[단독] 현대차-LG '미래차 내부 모델' 공동 개발

입력 2020-08-02 17:07   수정 2020-10-04 16:20


현대자동차와 LG전자가 미래자동차에 적용할 내부 콘셉트 모델을 공동 개발했다. 두 회사는 다음달께 이 차를 공개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국내 대기업과 손잡고 전기차에 적용될 차량 인테리어 모델을 개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미래차 시장을 잡기 위해 두 그룹이 전방위 협력을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2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LG전자는 차량 천장에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내부 곳곳에 신개념 가전제품을 적용한 미래차 콘셉트 모델 개발을 완료했다. 신모델은 자동차 내부가 얼마나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자동차는 이동 수단을 넘어 다양한 즐길거리를 갖춘 휴식공간이 되거나 ‘제2의 사무실’과 같은 업무공간으로 변신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미니 냉장고와 커피머신, 신발 관리기 등 신형 가전기기가 설치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와 LG전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관련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함께 개발하는 게 대표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6월 따로 만나 미래 전기차 배터리 기술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과 전장(차량 내 전자장비) 등도 두 회사가 힘을 모을 수 있는 분야다.

업계에서는 이 콘셉트 모델이 국내 4대 그룹을 중심으로 한 ‘미래차 드림팀’의 첫 성과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모두 미래차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협업 결과물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LG, '미래車 혁신' 손 잡았다…첨단家電 품은 '바퀴 달린 집'
밖에서 보면 바퀴가 있는 네모난 형태의 박스카인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늑한 집이다. 천장에는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영화를 볼 수 있고, 실내 곳곳엔 신개념 가전제품이 장착돼 있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가 함께 개발한 미래 자동차 얘기다. 두 회사는 조만간 협업의 결과물인 미래차 콘셉트 모델을 공개할 계획이다.
“자동차? 바퀴 달린 집!”
2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LG전자는 차량 내부를 완전히 바꾼 미래형 콘셉트 모델을 공동 개발했다. 완전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고 전기차가 일상이 된 미래를 겨냥해 차량 내부 인테리어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은 자동차 안에서 운전할 일이 없어진 탑승자를 위해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차량 천장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설치해 각종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천장 디스플레이를 창문으로 바꿔 밤하늘 별이나 창밖 풍경을 볼 수도 있다. 차량 바깥에 있는 카메라가 외부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 것이다.

차량 시트 밑에는 신발관리기가 있다. 차량에 탑승한 뒤 신발을 벗어두면 냄새를 없애 주고 구두는 반짝이는 상태로 만들어준다. 좌석 사이에는 미니 냉장고를 넣었다. 소비자가 원하면 공기청정기, 커피머신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이번 콘셉트 모델에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LG전자는 집에서 시청하던 영상을 차량에서 이어 볼 수 있도록 하거나 여러 명이 탔을 때 개개인의 행동을 인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탑승자가 수면을 취하면 주변 소리를 줄이고 조명을 어둡게 조절하는 방식이다.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 소리가 겹치지 않도록 조정해 탑승자가 각자 원하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말 그대로 자동차가 ‘함께하는’ 공간인 동시에 ‘개인 공간’이 되는 것이다.

미니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면 자동으로 탑승자의 금융계좌에서 요금이 결제되는 시스템도 구현할 수 있다. 영업용 또는 공용으로 차량을 사용할 때를 위한 시스템이다.
전기차·자율차 시대 잡아라
현대차와 LG전자가 손잡고 차량 내부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시도를 한 것은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자는 차원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차량 내부에 대한 정의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전기차는 엔진 등을 넣을 공간이 필요 없다. 배터리는 차량 바닥에 넓게 깔 수 있다. 현대차가 내년 초 양산할 첫 번째 차세대 전기차(코드명 NE)를 보면 차체 길이(전장)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준이지만, 내부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 사이 간격)는 3000㎜로 대형 SUV 팰리세이드보다 길다.

차량에서 생산하는 전력량도 크게 늘어난다. 내연기관차는 스마트폰 배터리를 겨우 충전하는 정도의 전력을 생산하지만, 전기차 또는 수소전기차 시대가 오면 각종 생활가전을 차 안으로 들여올 수 있다. LG전자와 현대차가 차량 내부에 신발관리기 커피머신 등을 장착한 콘셉트 모델을 개발한 배경이다.
자동차, 생활 공간으로 변모
자율주행차의 내부 공간은 더 달라진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운전에 필요한 운전대 등이 사라진다. 좌석이 모두 앞을 볼 필요도 없다. 현대차가 지난해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를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차량 내부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서비스다. 좌석 위치와 개수를 조정할 수 있고, 소형가전 및 사무기기 등을 차량에 넣을 수도 있다. 이 콘셉트 모델도 현대차의 ‘스타일 셋 프리’를 LG전자와 맞춤형으로 적용한 사례다. 현대차는 LG전자 외 다른 기업과도 ‘스타일 셋 프리’ 적용 모델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용자 경험을 변화시키기 위해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예정이다. 차가 더 이상 이동수단이 아니라 편안한 집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두 영역의 ‘대표 주자’가 힘을 합쳐야 하기 때문이다. 전장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바퀴 달린 집’을 구현하기 위해 모빌리티기업인 현대차와 ‘집’의 영역을 연구한 LG전자가 만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재연/도병욱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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