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발을 물고 놓아주지 않던
가죽구두를 벗고
살껍질처럼 발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던
검정 양말을 벗고
발가락 신발
숨쉬는 살색 신발
투명한 바람 신발
벌거벗은 임금님 신발
맨발을 신는다
시집 《사무원》(창비) 中
하루종일 구두 속에 속박돼 있던 발이 해방되는 순간은 집에 돌아와 구두를 벗는 순간입니다. 비로소 자유를 얻는 순간이어서 맨발은 투명해지고 가벼워지고 숨쉬기도 합니다. 오래 갇혀 있던 고통 끝에 구두를 벗어 버린 맨발이 스스로 신발이 되는 경지에 이른다는 것. 자유란 자신의 맨발을 신는 것과 같은 느낌이겠지요.
김민율 시인(2015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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