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다. 사람 간 접촉을 꺼리고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현상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영향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일하는 방식부터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얼마나 빠르게, 효율적으로 이뤄 내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존까지 좌우할 수 있다고 이들은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충남 아산공장 제조라인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했다. 라인에서 생산 중인 자동차와 설비, 부품, 공구 등에 무선통신 시스템을 넣었다. 실시간으로 상호 통신을 하며 상황을 확인하고 오류를 수정할 수 있게 했다. 생산 중인 자동차 위치와 현 공정에서 조립해야 할 부품 사양, 조립 방법 등 주요 정보를 곧바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작업자가 눈으로 차종과 사양을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이 조립 상태와 불량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포스코는 세계 철강업체 가운데 디지털 전환에 가장 빠르게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세계 제조업을 선도할 ‘등대 공장’으로 선정됐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미래 핵심 기술을 도입한 포스코의 스마트 공장이 미래 제조업의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선·화학업계도 디지털 전환에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종이 도면을 디지털 기술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도면을 디지털 정보로 바꿔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의 최신 기술과 연결하면 생산성과 작업 효율이 급격히 올라갈 전망이다. SK에너지는 지난 5월 울산 복합생산단지에 드론을 도입했다. 사람을 대신해 초대형 원유저장탱크 검사를 드론이 하게 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육안검사를 하는 것보다 정확도가 향상됐고, 높은 곳에 사람이 올라가지 않아도 돼 안전성이 제고됐다. 여기에다 사람이 다니기 위해 탱크에 설치했던 임시 가설물 설치가 필요 없어지며 비용까지 절감했다.
삼성전자는 집단지성시스템 ‘모자이크’를 활용 중이다. 모자이크는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분야와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곳이다. 최초 아이디어에 다른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고 토론하는 식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LG그룹은 주요 계열사에 디지털 전환 전담 조직을 구성했다. 전방위적으로 디지털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각 계열사 정보기술(IT)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환율을 올해 50% 이상, 2023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GS그룹은 모든 계열사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의 협업 솔루션을 도입했다. 비디오 콘퍼런스 장비·시스템으로 계열사 간 화상회의를 하고, 태블릿PC를 직원들에게 지급해 원격으로 근무가 가능한 환경을 구현했다.
롯데그룹은 채용 과정까지 디지털로 바꿨다. 지난 6월 말 채용 공식 유튜브 채널에 ‘롯데밸리에 산다’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디지털 관련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관련 직무를 롯데그룹 내에서 이미 하고 있는 직원들이 자신의 일과를 찍어 올렸다. 또 직무 정보와 취업준비 팁 등을 전달했다. 이렇게 해서 비대면으로도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롯데는 기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오는 9월부터 제주에서 GS리테일과 손잡고 드론 배송 시범 서비스에 나선다. 편의점 GS25 상품을 GS칼텍스 주유소 드론 착륙장에서 보내줄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어 드론 배송을 사용하는 사람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무인편의점 ‘시그니처’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과거에는 보안성이 좋은 오피스 빌딩에 주로 시그니처를 열었는데, 지난 7월부터 길거리에 있는 무인편의점을 선보였다. 롯데는 시그니처에 스마트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사용자를 인식하는 기술 등 그룹의 첨단 기술을 집약했다.
농기계 업체 LS엠트론은 트랙터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다. 트랙터 구매 상담부터 결제까지 비대면으로 가능하게 했다. 삼성생명은 보험 계약에 필요한 문서를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올해 안에 대부분의 문서를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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