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지원…생산성 80% 향상

입력 2020-08-03 15:10   수정 2020-08-03 18:16


삼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선도 기업이다. 대부분 계열사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고객과 협력업체에도 삼성의 DT 기술을 적용한다. 회사 홈페이지에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챗봇을 도입하고, 협력업체의 스마트 공장 구축도 돕고 있다.
‘도면’도, ‘문서’도 없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7일 미국 미국선급협회(ABS)와 ‘3차원(3D) 모델 기반 선박 설계 승인 프로세스’를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종이 도면을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3D 모델로 대체해 설계 검증과 승인 업무를 하는 것이 골자다. 이 회사는 올해 건조에 착수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부터 이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이 3D 모델 기반 설계 기법을 도입한 것은 2016년이다. 하지만 ABS의 승인을 받기 위해 종이에 도면을 다시 작성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회사 측은 ABS의 협조로 도면 디지털화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디지털화된 설계 정보는 별도의 데이터 가공 없이 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의 기술과 연결이 가능하다”며 “조선소 업무 전반에서 DT가 한층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생명에선 ‘종이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보험사는 서류와 싸우는 회사다. 청약 서류와 보험금 청구서류, 보험약관, 보험증권 등 두꺼운 종이 문서가 없으면 업무가 이뤄지지 않는다. 삼성생명은 보험 거래 전 과정에 필요한 문서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내에 대부분 문서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문서의 디지털화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2022년부터는 정보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경영전략 수립하고 2024년엔 완전한 AI 기반 회사로 탈바꿈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고객 응대 키워드도 ‘DT’
삼성전자의 집단지성 시스템 ‘모자이크’도 DT 전략의 일환이다. 모자이크는 업무 분야와 상관없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공간이다. 타인의 아이디어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고, 직원들과의 토론도 가능하다. 직급이나 연공서열에서 자유로운 ‘디지털 토론의 장’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모자이크를 활용해 외부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C랩 아웃사이드 스타트업 페어’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임직원들이 삼성의 온라인 집단지성 시스템인 ‘모자이크’에 접속해 스타트업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살펴본 뒤 의견을 남기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이 보유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에 전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온라인 품평회’를 떠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객들도 삼성전자의 DT 기술을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 서비스는 올 들어 상담사가 고객 휴대폰 카메라로 제품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상담하는 ‘보이는 원격상담’을 도입했다. 고객이 상담사가 보낸 문자메시지의 링크를 클릭해서 영상 지원에 동의하면 휴대폰 카메라가 자동으로 실행된다. 고객이 촬영하는 화면을 상담사가 살펴보며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를 안내한다.

챗봇도 고객 서비스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삼성닷컴 챗’을 도입했다. 홈페이지에서 챗봇 아이콘을 누르면 제품 검색과 추천, 이벤트 안내 등 고객들이 자주 찾는 정보를 채팅 방식으로 받아 볼 수 있다.
협력사 DT도 삼성이 주도
협력업체도 DT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협력업체를 비롯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면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프로젝트의 시작은 현장실사다. 삼성의 전문가들이 현장을 둘러본 후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를 조언한다. 생산관리시스템(MES), 자원관리시스템(ERP) 등을 구축하는 것은 기본이다. 로봇이나 센서를 접목하고 금형을 바꿔주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야기한 마스크와 진단키트 대란 때 빛을 발했다. 코젠바이오텍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이 업체에 사내 전문가 16명을 파견했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40개 과제를 발굴한 뒤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 결과 1주일에 5600키트에 불과하던 생산량이 1만 키트로 늘었다. 한 달여 만에 생산성을 79% 높인 셈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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