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 사용 내역도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상 비밀보장 대상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금융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건국대 노조위원장 A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건국대 전 총장 B씨와 학교법인 전 이사장 C씨 등의 비위 의혹을 제기하며 이사장 퇴임운동을 벌였다. A씨는 이 의혹의 구체적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B씨와 C씨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들여다보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법인카드 관리권한자가 아닐 뿐더러 카드 명의인의 동의도 받지 않았음에도, 업무 핑계를 대며 은행에 3년 동안의 카드거래 내역서 등을 요청해 제출받았다.
1심은 “법인카드 거래정보는 금융실명법의 입법취지에 비춰볼 때 금융거래정보에 해당한다”며 “A씨는 카드 사용내역을 제공받을 권한이 없음에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A씨가 B 전 총장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2심도 명예훼손 혐의는 유죄가 맞다고 봤지만,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판단하고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제공받은 카드 사용·승인내역서에 카드사용일자, 가맹점명, 사용금액, 거래승인일시 등이 기재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실명법 규정 등을 종합해볼 때 이런 정보는 비밀보호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단을 재차 뒤집었다. 대법원은 “예금이나 금전을 상환 또는 수입하는 것은 금융거래에 해당하고, 금융거래인 상환이나 수입을 발생시키는 원인 중에는 채무가 포함된다”며 “결국 채무 등에 관한 정보는 금융거래 내용에 대한 자료가 된다”고 판단했다. 대금채무를 발생시키는 신용카드 이용거래를 금융거래에 대한 정보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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