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임대차 3법' 처리 이후 마주한 여론 악화에 더불어민주당이 난감해진 모습이다. 특히 윤준병 의원의 '월세 체험' 발언 등을 기점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어 당내에서도 수습을 위한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 지도부, 윤준병 발언에 촉각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갈등 해소를 위한 메시지를 내놨다. 윤준병 의원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이해찬 대표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예상되니 신속히 대응해달라"고 말했다.박광온 최고위원도 윤준병 의원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도 도입은 임대인들께 불편 끼칠 수 있고 불만도 가질 수 있다"면서 "부동산 문제는 모든 국민이 당사자로, 일시적 불편을 갖더라도 항구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게 우리 후손들에게 바람직한 과제라고 간곡히 호소한다"고 전했다.
앞서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세에서 월세 전환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며 "전세가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독특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소득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운명을 지닌 제도"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민주당 주도의 부동산 개혁 입법으로 전세 제도가 소멸되는 것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분들의 의식 수준이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온다"고 덧붙였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5분 연설'에 반박한다는 취지였으나 곧바로 지탄을 받았다.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본인이나 월세를 살아라" 등의 비판 댓글이 이어지자, 윤준병 의원은 "월세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몸소 실천하고 있는 월세 생활'이라 밝힌 곳은 그의 지역구인 전북 정읍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 종로구 구기동 연립주택(159㎡)과 마포구 공덕동 오피스텔을 소유한 2주택자로, 지역구인 정읍에는 월세를 살고 있다.
부동산으로 들끓는 민심에 눈치 보기 나선 여당
4선의 당내 중진 정성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21대 국회에서는 넘치는 의원들이 많아서인지 개원 초기인 요즘이 마치 개원 말기가 된 것처럼 어수선하다"며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숙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민주당 당권 레이스에 뛰어든 박주민 의원은 같은 날 BBS 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전세에 대해 유엔(UN)에서도 우리나라의 전세 제도를 이제 좀 없애는 게 어떠냐고 권고를 한 바가 있다"면서도 "다만 표현 부분에서는 신중하게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윤준병 의원이 월세 전환이 나쁘지 않다고 해 논란을 키우는 등 여당 의원들이 정부 정책과 좀 결이 다른 발언을 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하겠는가'라는 질문엔 "사실 국민 감정선이나 눈높이에 좀 맞춰서 발언하시는 게 필요하긴 하다. 그런 부분을 좀 잘못 읽으신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일각에선 이해찬 대표가 현안들에 대한 '입 단속'까지 나서고 있다는 보도가 전에도 나온 적 있지 않은가"라며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의원들의 튀는 행보로 당이 실패를 맛봤던 경험 때문에 개별적 발언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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