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WTO 홈페이지에 게재된 회의 요약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열린 WTO 분쟁해결기구(DSB) 정례회의에서 미국 측은 “오직 일본만이 무엇이 자국의 필수적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인지 판단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또 “(이 같은 제소는) WTO가 70년간 현명하게 회피해온 안보 문제에 대한 개입을 유도해 WTO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은 작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세 가지에 대해 한국으로의 수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정부는 같은 해 9월 “일본의 일방적 수출 규제는 부당하다”며 WTO에 이를 제소했다. 지난달 29일 DSB 회의 직후 1심에 해당하는 패널 설치가 확정됐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 측의 해당 발언은 ‘안보 위협을 왜 느꼈는지 수출 규제를 발동한 국가가 굳이 설명할 필요 없다’는 취지”라며 “일본에 상당하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미국 측 발언은 자국의 오랜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일본을 지지한 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산업부 측은 “한·일 수출규제 분쟁과 관계 없이 미국 측은 과거부터 WTO 패널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21조 안보예외 인정 여부를 심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설명했다.
WTO의 GATT 제21조는 필수적 국가안보 보호를 위한 경우에 한해 수출 규제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이다. 일본 역시 WTO에서 이 조항을 근거로 수출 규제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국의 안보를 이유로 중국 화웨이를 제재하는 등 조치를 해온 미국은 ‘WTO에는 안보 문제를 판단할 권한 자체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산업부 측은 “WTO 판례는 미국의 입장과 달리 패널이 GATT 제21조 안보예외를 심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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