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마스터스에서는 최저타 기록이 쏟아졌다. 유해란(19)은 최종합계 23언더파를 치며 72홀 최저타 타이기록을 기록했고, 임희정(20)은 3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몰아치며 코스레코드를 12년만에 갈아치웠다. 이정은(24)은 투어 사상 최초로 4라운드 대회 노보기 기록을 세웠다.
선수들이 코스를 마음 놓고 유린할 수 있었던 데는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s) 규정이 대회 기간 내내 시행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프리퍼드 라이는 18홀 가운데 4홀 이상에서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에 떨어졌을 때 낙하의 힘으로 땅이 3분의1 이상 파이고 공에 흙이나 기타 이물질이 묻어날 때 적용된다. 선수들은 마크를 한 뒤 페어웨이의 공을 들어 닦을 수도 있고 한 클럽 이내 범위에서 옮겨 놓고 칠수 있다. 흙 등이 묻어 있으면 프로선수라도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기 어려운 만큼 공정한 경기 운영을 위한 룰이다. 다만 이 규정이 적용돼도 러프 등 페어웨이보다 잔디 길이가 긴 곳에선 공을 건드릴 수는 없다. 한 여자 프로 선수는 "스탠스 등이 좋은 곳을 찾아 공을 놓고 치니 핀 공략이 쉬웠다"고 말했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프리퍼드라이 규정이 적용된 라운드에서 나온 코스레코드를 인정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주말골퍼라면 익숙하게 들어본 '좋은 곳에 빼놓고 쳐'가 실제 경기에서도 허용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은 "페어웨이가 푹신해 라운드당 1.5타 정도의 개선효과가 있는 프리퍼드라이를 나흘 내내 유지한 것도 스코어가 좋아지는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추어 골퍼가 악천후나 대회 코스 상황에 따라 참고할 만한 규정은 더 있다. 로컬룰인 볼 닦기와 캐주얼 헤저드가 대표적이다. 볼 닦기는 코스의 상황이 좋지 않아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려울 때 적용된다. 플레이어는 볼을 페어웨이는 물론 러프에서도 들어서 닦을 수 있다. 다만 공은 원래 있던 곳에 놓고 쳐야 한다. 정규 규칙인 캐주얼 헤저드는 비가 오는날 페어웨이에 물이 고인 곳에 공이 놓이면 주변에 물이 없는 곳을 찾아 공을 놓고 치는 규정을 뜻한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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