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동영상 앱 틱톡의 미국 법인이 마이크로소프트(MS)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45일 내 틱톡 미국 사업을 매각하라”고 통보한 사실이 알려져서다. 동영상 서비스 부문에서 이렇다 할 플랫폼이 없던 MS는 틱톡을 발판으로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MS 측은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한 결과 (잠시 중단됐던) 틱톡 인수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며 “미국 정부의 안보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미국에 제대로 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신속하게 협상해 다음달 15일 이전에 마무리할 것”이라며 “협상 과정에서 미국 정부와도 조율하겠다”고 했다.
이달 1일부터 틱톡의 미국 내 접속을 끊겠다고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나델라 CEO와의 대화 이후 이를 강제할 행정 명령을 45일 늦추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 위협을 내세워 틱톡 퇴출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MS가 확실한 협상 우위에 선 모양새다. 바이트댄스로선 어차피 틱톡 미국 법인을 팔지 못하면 쫓겨나게 될 처지여서 헐값에라도 넘길 수밖에 없다.
MS가 틱톡의 미국 사업뿐만 아니라 미국의 우방국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사업까지 한꺼번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MS는 “협상 과정에 미국 내 다른 투자자들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이밍 바이트댄스 CEO는 3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 과학기술업체와 협력해 틱톡을 미국에서 계속 운영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MS의 기업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는 “틱톡이 미국에서 강제 매각되거나 금지당할 수 있다”고 알렸다. 그는 “바이트댄스는 민간 기업임을 거듭 강조하고, (보안) 우려를 해소할 기술을 추가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미국은 미국 사업 매각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그만(enough)’이라고 말했다”며 “며칠 안에 중국 공산당과 연결된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국가 안보 위험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그는 개인 정보 유출 위험이 있는 중국 소프트웨어 업체와 관련해선 “틱톡이나 위챗 등 무수히 많다”며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이자 결제 앱인 텐센트의 위챗을 언급했다. 앞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 국장도 “틱톡과 위챗이 이용자 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중국 앱 제재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미국이 국가 안보 개념을 넓게 잡고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틱톡이 잘못했다며 협박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된다”며 “중국은 이런 일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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