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필패(必敗)’는 오랜 기간 주식시장의 공식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변동장에서는 이 공식이 깨지고 있다. 더 이상 외국인과 기관을 따라가다 고점에서 주식을 사고, 저점에서 내던지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조정을 받았을 때 들어가 주가가 급등했을 때 차익을 실현한다. 이 물량을 외국인이나 기관이 받아내고 있다.
7월도 마찬가지였다. 개인 투자자들의 종목별 거래액을 주간 단위로 분석해봤다. 비슷한 거래 패턴이 보였다. 7월 첫째주(6월 29일~7월 3일)와 둘째주(6~10일)에는 SK케미칼이 개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 올랐다.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발현 성공 소식에 기관과 외국인 투자가 몰리면서 2주간 주가가 27.93% 오르자 차익을 실현했다.
15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 주가는 7월 셋째주(13~17일)에만 19.53% 올랐다. 3월부터 직전까지 현대차를 약 1조2000억원어치 순매수한 개인들은 이 주에 현대차를 265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대신 네이버와 카카오, SK하이닉스와 LG화학을 사들였다. 주도주의 성장세가 잠시 꺾이면서 네이버가 7.69%, 카카오가 8.58% 하락했을 때다.
넷째주(20~24일) 개미들은 비철금속으로 재미를 봤다. 금값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은 가격이 뒤를 따라갔다. 아연 금 은 등을 제련하는 고려아연 주가는 7.47% 올랐다. 개인 투자자들은 55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은 고려아연을 순매수했다. 이후 고려아연은 27~28일 한 차례 더 상승한 뒤 하락 전환했다.
마지막주(27~31일)에는 좀처럼 오르지 않던 삼성전자가 인텔발(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호재로 6.83% 올랐다. 삼성전자가 오르면 팔고, 내리면 샀던 개인들은 이 주에도 삼성전자 1조398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이 이 물량을 받아냈다. 그 뒤를 이은 순매도 종목은 LG화학이었다. 31일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흑자전환하는 등 어닝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하자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마지막주 개미들은 순수 메모리업체라는 이유로 주가가 오르지 못한 SK하이닉스를 사들였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삼성바이오로직스 SK케미칼 등 이 주에 동반 하락했던 바이오주를 사들인 것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개인 투자자들의 주간 단위 순매수 종목 상위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회사가 카카오와 네이버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두 회사를 각각 4184억원, 399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주가는 각각 28.41%, 12.73% 올랐다. 3일에도 두 회사는 각각 6.55%, 4.49%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스마트해진 개미들은 검증된 성장주 투자에서는 기관이나 외국인에게 밀리지 않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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