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가 올해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서울 종로 서머셋팰리스에서 만난 그는 “뮤지컬은 내게 남은 마지막 칼 한 자루 같았다”며 “이것마저 녹슬어 버리면 난 끝난다는 절실함으로 무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또 “매회, 매 작품 이게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악착같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관객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데뷔 무대와 동일한 장소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데뷔작인 ‘모차르트!’ 공연에 출연하고 있다. 10년 전 처음 ‘모차르트!’ 제안을 받았을 땐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는 “심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뮤지컬로 대중 앞에 선다는 게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대본을 읽고, 대표 넘버(삽입곡) ‘황금별’을 들으며 마음을 바꿨다. “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냐는 외침에 울컥했어요. 모차르트가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에 용기를 얻었죠. 성공 여부를 떠나 이 배역을 빌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그는 뮤지컬에 입문한 이후 순탄하게 성장한 것처럼 보였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고 했다. 법정 분쟁 끝에 전 소속사와 관계를 정리했지만 그 여파로 방송 등에 출연하기 어려웠다. 올 들어 ‘미스터트롯’에 심사위원으로 나온 게 10년 만의 방송 출연이었다. “뮤지컬 홍보를 위한 방송에도 다른 배우들은 초대받고 저만 가지 못 했죠. 씁쓸하지만 그럴수록 더 이를 악물었어요. 무대에 오를 때도 작은 실수조차 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 ‘음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뮤지컬은 대본도 여러 번 수정되고 무대 세팅, 소품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시작 전엔 흥행 여부를 알 수 없어요. 그래서 제가 가장 잘 아는 음악을 듣고 선택합니다. 관객들에게도 ‘김준수의 뮤지컬은 음악이 좋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김준수는 라이선스 공연 등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은 창작 뮤지컬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 “뮤지컬 덕분에 제2의 꿈을 꿀 수 있게 된 만큼 이를 보답할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다 1~2년에 창작 뮤지컬을 한 작품은 가급적 하자고 저만의 약속을 했습니다. 제작진과 작품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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