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윤석열 "'나는 왜 검사가 됐나' 생각하고 초심 잃지 말라" [전문]

입력 2020-08-03 18:25   수정 2020-08-04 09:15



윤석열 검찰총장은 3일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구속이 곧 범죄에 대한 처벌이자 수사의 성과라는 잘못된 인식을 걷어내고, 검찰이 강제수사라는 무기를 이용하여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도 안 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총장은 특히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임 검사들에게 "'나는 왜 검사가 되려 했나'에 각자 다른 동기가 있을 것이다. 오늘의 초심을 잃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기 바란다"고 조언하고 "국가와 검찰 조직이 여러분의 지위와 장래를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어떻게 일할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총장의 입에 언론에 관심이 쏠린 것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중단 권고를 내리면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이번 사안의 본질을 '검언유착'으로 규정하고 윤 총장의 '측근 감싸기'란 시각을 견지해 왔다.

한편 추 장관은 이날 임관식에서 “검찰은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탄생한 기관이고, 검사는 인권 옹호의 최후의 보루”라며 “외부로부터 견제와 통제를 받지 않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 필연적으로 권한 남용과 침해의 문제가 발생한다. 수사의 적법성을 통제하는 기본 역할에 먼저 충실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 1월부터 수사권 개혁을 추진해왔는데, 이러한 개혁으로 검찰에 집중된 과도한 권한은 분산하고 검·경이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그렇다고 검찰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은 여전히 부패, 경제, 선거 등 중요 범죄에 대해 수사하고 경찰 수사를 통제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아동, 청소년 등 우리 사회 약자의 권익이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며 “지기추상 대인춘풍(知己秋霜 對人春風)이라는 말이 있듯,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게, 그러나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따스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윤석열 검찰총장 발언 전문

오늘 대한민국의 검사로서 첫 발을 내딛는 여러분! 환영합니다.

꾸준히 노력하여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 자리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오늘 이 기쁜 자리를 함께 축하해 주시기 위하여 부모님과 가족, 친지분들이 와주셨습니다.

이분들의 성원과 보살핌이 없었다면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오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잘 성장한 귀한 자제분들을 검찰에 보내주신 부모님들께 검찰을 대표하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검사가 된 여러분의 기본적인 직무는, 법률이 형사 범죄로 규정한 행위에 관해 증거를 수집하고 기소하여 재판을 통해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여러분의 기본적 직무는 형사법 집행입니다.

형사 범죄를 규정하는 형사 법률은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법체계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법률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핵심적인 법률이자 헌법 가치를 지키는 헌법 보장 법률입니다.

따라서 검사는 언제나 헌법 가치를 지킨다는 엄숙한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절차적 정의를 준수하고 인권을 존중하여야 하는 것은 형사 법집행의 기본입니다.

뿐만 아니라 형사법에 담겨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정한 경쟁,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헌법 정신을 언제나 가슴깊이 새겨야 합니다.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서 실현됩니다.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개개 사건에서 드러나는 현실적인 이해당사자들뿐 아니라 향후 수많은 유사사건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잠재적 이해당사자들도 염두에 두면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롭게 법 집행을 해야 합니다.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합니다.



앞으로 검사 생활을 하면서, 여러분이 지금까지 배운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연마해야 할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의 선배와 상사로부터 많은 실무를 배우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각자 담당하는 사건에서 주임검사로서 책임지고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선배들의 지도와 검찰의 결재 시스템은 명령과 복종이 아니라 설득과 소통의 과정입니다.

여러분은 선배들의 지도를 받아 배우면서도 늘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개진하고 선배들의 의견도 경청해야 합니다.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설득하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사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설득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동료와 상급자에게 설득하여 검찰 조직의 의사가 되게 하고, 법원을 설득하여 국가의 의사가 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수사대상자와 국민을 설득하여 공감과 보편적 정당성을 얻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검사의 업무는 끊임없는 설득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을 꼭 명심해 주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검사를 시작하는 올해는 형사사법 제도에 큰 변화가 있는 해입니다.

교육을 마치고 일선에 배치되면 새로운 매뉴얼에 따라 일하게 될 것이고 검사실의 풍경도 많이 바뀔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제일 강조하고 싶은 두 가지는 불구속 수사 원칙의 철저 준수와 공판 중심의 수사구조 개편입니다.

인신구속은 형사법의 정상적인 집행과 사회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극히 예외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대단히 어렵게 하므로 절대적으로 자제되어야 합니다.

방어권 보장과 구속의 절제가 인권 중심 수사의 요체입니다.

구속이 곧 범죄에 대한 처벌이자 수사의 성과라는 잘못된 인식을 걷어내야 하고, 검찰이 강제수사라는 무기를 이용하여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도 안 됩니다.

아울러, 수사는 소추와 재판의 준비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검사실의 업무시스템 역시 공판을 그 중심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보니 26년전 서소문 대검 청사 강당에서 임관신고를 하고 법복을 받아 초임지인 대구지검으로 달려가던 일이 새롭습니다.

“나는 왜 검사가 되려 했나”, 각자 다른 동기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초심을 잃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기 바랍니다.

국가와 검찰 조직이 여러분의 지위와 장래를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어떻게 일할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기 바랍니다.

저와 선배들은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과 열정을 강력히 지지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국민과 함께 하는 검찰, 대한민국의 국민 검찰을 만듭시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임관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8월 3일

검찰총장 윤 석 열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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