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강변 '50층 아파트' 생긴다…바뀌는 서울 스카이라인

입력 2020-08-04 11:13   수정 2020-08-04 11:37


정부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공공 재건축 제도를 도입하고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 등 신규부지 발굴 등을 통해 수도권에 총 13만2000가구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서울 강남권 등 핵심지역 재건축 단지에 대해서는 기부채납을 받는 대신 용적률을 500%까지 올려주고 층수도 50층까지 올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온라인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기부채납시 용적률 500%까지…50층 건축도 허용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공공 참여형 고밀 재건축'을 도입해 5년간 총 5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공공이 재건축 조합과 함께 사업 시행에 참여하고 주택 등을 기부채납하면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인 500%까지 올려주는 내용이다.

35층으로 묶인 서울 주택 층수제한도 완화돼 강남 한강변 고밀 재건축 단지는 50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공공 재건축에 분양가 상한제를 면제해주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뉴타운 해제 지역에 대해서도 공공 재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를 통해 2만가구 이상 공급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정부는 신규부지 개발에도 나서 군 골프장인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을 비롯해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등 공공 유휴부지를 공공택지로 개발한다.

이를 통해 공급하는 주택이 3만3000가구다. 이 외에 서울 용산 정비창 공급 가구를 8천가구에서 1만가구로 확대하는 등 기존에 조성 계획을 발표한 공공택지의 용적률 상향을 통해 2만4천가구를 추가로 공급한다.

3기 신도시 등의 사전청약 물량도 당초 3만가구로 예정됐으나 이를 다시 6만가구로 2배로 늘리기로 했다.
"투기 근절하고 부동산 안정시키는 분기점 되는 날"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협의회 후 "서울권역 등 수도권 등지에서 실수요자가 필요한 주택을 집중 공급하는 방식의 대책이 될 것"이라며 "서울과 인근의 군부지, 이전기관부지, 유휴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서울 내 어떤 도심의 고밀도 재건축과 공공성을 강화한 재건축 방식을 통해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오늘은 투기를 근절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분기점이 되는 날"이라며 "오전에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한 후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부동산세법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늘어난 주택공급이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며 "가짜·과장뉴스와 편법, 빈틈만들기 등 투기세력의 시장교란행위를 모든 정책으로 대응해 발본색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 공급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했다"며 "태릉 골프장을 검토하되, 그 외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한다는 원칙 하에 대상으로 선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스카이라인 바뀔 거란 전망도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날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방안 등이 담긴 부동산 세법 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하는 날이다. 수요와 공급을 아우르는 강력한 부동산 종합 대책의 모양새를 내면서 시장을 안정화시킨다는 복안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공급물량보다 눈에 띄는 것은 방식이다. 서울 강남권 등 핵심지역 재건축 단지에 대해 기부채납을 받는 대신 용적률을 올려주는 방안이 포함되서다. 기부채납 방식은 기존의 공공임대뿐만 아니라 공공분양과 현금까지 폭넓게 검토됐다.

주택 기부채납은 조합이 땅을 기부채납하고 그곳에 건물을 지어 공공에 표준 건축비를 받고서 넘기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도시계획을 통해 아파트 층수 제한을 35층까지 묶었지만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의 원활한 적용을 위해 이같은 층수 제한 규제도 깨기로 했다.

이 때문에 송파구 잠실 등지에선 50층 이상 높이 올라가는 재건축 아파트가 등장해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바뀔 거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기존에 조성한 3기 신도시와 수도권 30만호 공급 방안에 포함된 택지에서도 용적률을 끌어올려 주택 공급을 1만가구가량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의 경우 공급 가구가 기존 8000가구에서 1만가구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도심내 빈 상가와 고시원, 모텔 등을 공공이 매입해 리모델링하고서 1인 가구나 청년 등에 임대하는 방안과 노후 영구임대 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이번 대책에 담겼다.
"일조권 기준은 그대론데"…"강남 재건축 다음은 분당"

용적률 완화에 대한 온라인 반응은 엇갈렸다.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안정되길 기대한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물량과 상관없이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걱정이 대다수였다. 정부 정책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 네티즌은 "오세훈 전 시장의 뉴타운을 모조리 해제해 도심주택공급을 축소하더니 이제 와서 다시 도심 공급을 늘리나", "50층 재건축하면 그곳 바로 북쪽에 사는 사람들은 어떡하나, 남향집 조망은 아예 없을텐데 너무 즉흥적이다", "일조권 기준은 그대로인데 용적률만 높인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용적률 완화? 결국엔 강남부자 집값만 올려줄 것"이란 반응들이 눈에 띄었다.

또 "강남 50층 재건축 다음은 분당이다", "강남에 용적률 완화해서 초고층 만들면 부동산이 해결되나", "강남 용적률은은 건드는 순간 폭등이다", "용적률 올리면 임대사업자 혜택 이후로 최대 실수가 될 것"이라며 걱정하는 반응들이 주를 이뤘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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