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소유 욕망 및 공유 기회 동시에 앞당겨
-전동화 속도는 가파르게 전개될 것
글로벌 자동차조사회사 IHS 마킷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자동차를 포함한 이동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 흥미로운 전망을 내놨다. 대중교통 이용은 줄고 자가용 운행이 증가하되 보유 기간이 확대되면서 자동차회사에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닥친다는 이야기다.
IHS 분석에서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는 단어는 '생존'이라는 본질에서 구분되는 '안전 vs 이동'의 욕망 갈등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피하려는 것은 생존을 위한 안전의 욕망이며, 동시에 생존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이동이 필요한 만큼 두 가지 본질적인 욕망의 충돌이 산업 전반의 트렌드를 바꿔 놓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로 감염병을 피하려면 '밀접, 밀집, 밀폐'를 멀리해야 한다. 그러자면 당연히 여럿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이용율이 하락하기 마련이다. 한국 또한 현재는 대부분 회복됐지만 감염병 초창기 대중교통 이용율 하락은 심각했다. 대신 자가용 및 단거리 초단기 렌터카 수요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공간은 밀폐돼 있지만 자가용은 개인에게 바이러스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로 인식된 탓이다. 여기서 IHS가 주목한 점은 개인 소유 자가용의 역할이다. 코로나 이전까지 자가용은 이동 기능이 우선이었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안전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가 감지됐다는 것이다.
-자동차 공간 안전한 곳으로 인식
-도시 봉쇄→이혼 증가→자가 이동 촉진
IHS는 이처럼 자동차에 대한 사고 전환이 완성차 및 모빌리티 부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산업 트렌드를 분석했다. 먼저 비대면의 일상화에 따른 사회적 영향이다. 대표적으로 ‘재택근무(Work From Home)’의 일반화가 가속화될수록 복잡한 도심 내 이동은 줄되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은 의료 및 식료품 구입 등의 생존 욕구 충족을 위해 자가용 이용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서 자동차회사가 어느 상황에 초점을 맞추느냐가 중요하지만 결정은 어디까지나 감염병의 확산 및 통제에 달렸음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자가용 수요의 촉진 이유가 예상치 못한 부문에서 나타날 수 있음을 지목한 것인데, 바로 '이혼율'의 증가다. 이동이 통제될수록 부부의 시간은 늘지만 동시에 이혼율도 높아져 제각각 자동차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실제 유엔은 지난 4월 가정폭력을 코로나 방역대책 중의 하나로 삼아야 한다고 발표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가을까지 봉쇄가 이어지면 가정폭력 건수가 세계적으로 3,100만건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곧 이혼의 증가로 연결돼 자가용 수요를 일으킬 요인이 된다. 물론 자가용 추가 수요의 일부는 단기 렌터카 등에도 긍정적 항목이고 이때 IT 기반의 운송사업도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두 번째는 안전 욕구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모빌리티의 재편이다. 감염병을 회피하려는 안전 본능이 자가용 공간의 선호 현상을 만들자 자동차회사 또한 감염병 방지 기능을 빠르게 추가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동시에 공유 이동을 추구하는 모빌리티 기업도 방역에 치중하면서 자가용의 직접 구입과 경쟁하게 되고 이 경우 소비자 비용 면에서 경쟁 우위를 갖기 위해 결국 로보택시 등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감염 접촉 회피로 전기차 충전방식 주목
-'운송 서비스 vs 운송 수단 제조' 경쟁 불가피
마지막 세 번째는 전동화의 급속한 추진이다. 그런데 여기서 전동화는 친환경 측면이 아닌 감염을 우려한 접촉 회피 본능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내연기관은 화석연료를 채우기 위해 주유소를 방문하고 주유구를 손으로 잡아야 하는 만큼 접촉이 불가피하다. 반면 전기는 가정에서 직접 충전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적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기 요금이 올라도 ‘경제 vs 안전’을 놓고 볼 때 큰 부담이 아니라면 접촉이 적은 전기를 선호하게 된다는 예측이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 등에 따른 규제와 무관하게 감염을 줄이기 위한 방책으로 개별적인 에너지 충전 방식을 앞세운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접촉 기회를 줄이는 방편으로 자율주행 기술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했다. 운전하지 않는 개별 이동에 있어 적정 수단은 택시인데 드라이버 또한 접촉 대상인 만큼 기피 현상이 나올 수밖에 없어서다.
물론 이런 전망이 모두 들어맞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비대면의 일상화, 그리고 이동의 억제와 이동의 본능 욕구, 그리고 이동 수단의 역할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전환의 방향성은 대체적으로 일치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각 상황에 따른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모색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자동차회사마다 코로나19 이후의 지속 가능성을 점치는 일이 한창이다. 그 이유는 19세기 '자동차' 등장 이후 코로나19는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던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고착화되고 있어서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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