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젠이 유전자가위로 만든 콩이 미국 농무부(USDA)로부터 최근 유전자변형식품(GMO)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정받았다. 툴젠이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종자사업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다.
한지학 툴젠 종자사업본부장(사진)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기존 콩보다 항산화, 항노화 성분인 올레익산이 2배 이상 많이 함유된 유전자가위 콩 종자가 지난달 말 USDA의 'Am I Regulated?' 제도를 통해 GMO가 아니라는 결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툴젠이 개발한 종자가 이 결정을 받은 것은 지난 5월 신품종 페튜니아에 이어 두 번째다.
USDA로부터 GMO가 아니라고 인정받으면 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일반 농산물과 동일하게 상업화할 수 있다. 지금까지 USDA가 GMO가 아니라고 결정한 농산물은 100여개다. 유전자가위로 개발한 작물은 다른 유전자를 삽입하지 않고 작물이 본래 가지고 있는 염기서열의 염기 일부를 바꿔 변이를 일으킨 것이다. 이 변이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이기 때문에 GMO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 본부장은 "신품종 개발 목적과 적용된 기술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 USDA가 이를 심사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일각에서 염려하는 안전성 문제에서 유전자가위 종자는 비교적 자유롭다. 지난해 기준 세계 종자 시장 규모는 600억달러(약 70조원)다. 이 중 GMO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다. 다국적 기업들도 유전자가위 종자를 눈여겨보고 있다. 한 본부장은 "다국적 기업들은 GMO와 유전자가위 종자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며 "페어와이즈에 1200억원을 투자한 몬산토처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다국적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툴젠이 승인받은 유전자가위 콩 종자는 의미가 크다. 감자 옥수수와 함께 종자 시장에서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작물이어서다. 툴젠이 '크리스퍼-카스9'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1년간 개발한 이 콩 종자는 올레익산 함유량이 전체 지방산의 85%를 차지한다. 일반 콩은 20~40%에 그친다. 올레익산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올리브가 70% 수준이다.
한 본부장은 "다른 회사가 크리스퍼-카스9으로 올레익산 고함량 콩을 개발한다면 우리 특허에 저촉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 종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형질을 계속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잠재력이 크다"고 했다. 크리스퍼-카스9 기술을 보유한 미국 브로드연구소와 UC버클리는 종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
현재 유전자가위 종자를 상용화한 유일한 기업은 미국의 칼리스트다. 이 회사는 2018년 고함량 올레익산 콩을 세계 최초로 재배했다. 이 해에 1만6000에이커를 시작으로 올해 10만에이커로 재배 면적을 넓혔다. 칼리스트는 재배한 콩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콩기름을 만들어 판매한다. 남은 콩 찌꺼기는 사료로 팔아 2019년 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툴젠은 세 가지 방식으로 종자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작물을 대량 생산해 판매하거나, 재배한 작물을 OEM을 통해 가공품으로 제조할 수 있다. 다른 기업에 종자를 수출하는 길도 있다.
툴젠은 종자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껍질을 벗겨도 갈변되지 않는 기능성 감자, 기름에 오래 튀겨도 발암물질이 안 생기는 감자, 제초제 저항성을 가진 콩과 옥수수, 동물성 단백질에 가까운 단백질이 함유된 콩 등을 개발하고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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