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불완전판매가 많은 상품’이라는 오명을 썼던 변액보험이 다시 소비자에게 주목받고 있다.
4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변액보험 초회보험료(신규 가입자가 낸 첫 보험료)는 595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초회보험료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액보험은 보험료 일부를 펀드에 투자하고 운용 실적에 따라 돌려받는 보험금 금액이 바뀌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일부 변액보험이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해 민원이 쇄도하기도 했다. 적금과 비슷한 상품으로 잘못 알고 가입했다가 해지할 때 환급금이 원금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을 알게 돼 분통을 터뜨리는 가입자가 많았다. 2011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금융감독원이 접수한 변액보험 관련 민원은 1만6153건으로, 예금을 뺀 전체 투자상품 관련 민원(1만9472건)의 83%를 차지했다. 이후 생명보험업계는 펀드 운용 실적에 관계없이 약관에서 정한 일정액 이상의 사망보험금을 보장하거나, 운용 실적과 무관하게 최저보증이율을 제시하는 상품을 속속 내놨다. 보험사들은 상품 설계를 개선하는 동시에 변액보험 판매 자격을 보유한 보험설계사만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 2~3년 전부터 변액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다시 커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016년 1조2800억원이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지난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1조82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가입자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
변액보험은 주식, 채권, 펀드 등 투자상품과 보험상품의 특성을 결합한 상품이다. 사망보험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변액종신보험과 노후 대비 연금액을 높이는 것이 목적인 변액연금보험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한 변액유니버설보험은 상품 설계 방법에 따라 보장성과 저축성으로 나뉜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장기화되는 제로금리 시대 등을 감안하면 기존 국민연금과 예·적금만으로는 노후 준비에 한계가 있다”며 “변액보험은 질병·노후보장과 금융 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변액연금보험 등의 저축성보험은 계약 후 10년 이상 유지하고 5년 이상 납입(월납 150만원 이하 적립식)한 경우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다만 연금 전환 특약이 붙은 변액종신보험은 기본적으로 보장성 보험이기 때문에 저축성 보험으로 오인해선 안 된다.
변액보험의 ‘펀드 변경’ 기능을 활용하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클 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주가 상승기에는 가치·성장주식형 등 위험자산 편입 비율을 높이고, 주가 하락기에는 채권형·혼합형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식이다. 업체들은 가입자의 수익률 관리를 돕기 위해 오토리밸런싱(펀드 자동 재배분), 손절매 옵션, 자동 중도 인출, 전문가 일임형 서비스, 카카오톡 기반의 인공지능(AI) 펀드 관리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추가하고 있다.
변액보험은 원금 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적배당형 상품이기 때문에 ‘적합성 진단’을 거쳐 가입할 수 있다. 만 65세 이상이거나 미성년자라면 가입하지 못 할 수도 있다. 협회는 “‘변액보험 펀드 주치의’ 등의 제도를 통해 수익률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투자 결정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일임형 자산 운용 등도 활용할 만하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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