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조선소가 문을 열었던 ‘조선 1번지’ 부산 영도구가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영도대교에 이어 부산항대교가 건설되면서 육지와 바다, 사람과 도시를 잇는 새로운 산업 및 관광 동력이 살아나고 있다. 산복도로와 조선소, 보세창고 등에는 커피숍과 문화시설이 들어서고, 동삼동 혁신도시에는 해양 연구 공공기관들이 자리를 잡았다. 부산 도심의 북항 재개발지역과 맞닿아 있고 부산항대교만 지나면 광안리, 해운대, 기장으로 이어져 새로운 성장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도는 대구와 청어, 오징어, 갈치가 많이 잡히던 어촌이었다. 1903년 개항 이후 일본인이 몰려들면서 일본 어민의 전진기기로 부상했다. 일본인들이 정착해 조선과 도자기 등 근대 산업의 태동을 알린 곳이기도 하다.
남항이 있는 영도 대평동 일대는 한국 최초의 철강조선소인 한진중공업이 1937년 문을 연 이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선박이 고장나면 없는 부속품이 없고, 못 고칠 것이 없을 정도로 장인들의 손재주도 뛰어나 ‘한국 수리조선의 메카’로 명성을 날렸다. 6·25전쟁 때부터 수산업에 종사하던 경남지역 해안과 제주 사람들이 둥지를 튼 곳이기도 하다.
번성하던 영도는 1990년대 들어 주민들이 신도시 주택가가 들어선 동부산권으로 빠져나가고, 공장들은 녹산공단 등 서부산권으로 급속히 이전했다. 이 지역의 주민 수는 1984년 22만1651명으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달 11만5388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2017년부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등 13개 해양공공기관이 순차적으로 자리를 잡아 해양대와 함께 연구개발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영도구는 2023년까지 부산복합혁신센터와 해양과학기술 산·학·연 협력센터도 조성해 대기업 연구소와 벤처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색 공간으로 인기를 끄는 커피숍도 늘어나고 있다. 폐수영장을 리모델링한 젬스톤, 폐공장을 고친 무명일기, 숲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신기숲에도 사람이 몰리고 있다.
삼진어묵은 ‘어묵 베이커리 시대’를 이끌면서 새로운 ‘수산식품’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어묵역사관도 설립했다. ‘장미천사’ 브랜드를 가진 칼명인 1호가 경영하는 영신칼스토리도 1985년부터 영도에 터전을 마련했다. 지방 최초의 관광기업 지원센터인 부산관광기업지원센터도 2019년 9월 봉래동 물양장에 문을 열고 80여 개의 관광벤처기업과 커피산업을 돕고 있다.
영도는 대통령들과도 인연이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과 어머니 고(故) 강한옥 여사는 영도에 살았다. 문 대통령이 끌던 연탄 배달 리어카가 내리막길을 가다 길가에 처박힌 일화, 문 대통령이 검찰로 이송되던 호송차 안의 동전만 한 철판 구멍으로 달려오는 어머니를 바라본 일화 등을 담고 있는 곳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피란 시절인 1951년 영도 남항동에서 해운회사를 세워 3년 동안 운영하기도 했다.
요즘엔 2.78㎞ 길이의 터널 하나가 영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지난 5월 21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봉래산터널’이 주인공이다. 심각하고 고질적인 영도의 교통난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 사업을 두고 영도 주민은 물론 부동산,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영도의 해묵은 숙원이 풀렸다”고 입을 모은다. 2022년 공사에 들어가 2025년 완공된다. 이승욱 플랜비 문화예술협동조합 대표는 “터널이 뚫리면 바다라는 천혜의 관광요소를 지닌 영도가 새로운 부산의 관광 중심지로 도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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