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지표로 활용도가 높은 ‘국민은행 시세’로 보면 현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상승률은 52%(중위가격 기준)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9년간 상승률(25%)을 압도한다. 국토교통부가 참고한다는 한국감정원 기준 상승률도 연 4.7%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연 0.4%)보다 훨씬 높다. 이런 객관적 지표조차 무시하고 ‘제일 잘했다’며 감싸는 행태에서는 최소한의 소신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토록 정책이 성공적이라면 “투기꾼이 문제”라며 달마다 대책을 내놓다시피 한 것은 뭐라고 설명할 텐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부동산 망언’은 일일이 언급하기 벅찰 정도다. 작년 말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있다”는 생뚱맞은 발언을 내놓은 것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3년 내내 집값이 급등했음에도 국토부는 “효과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예년보다 덜 올랐다”며 외고집을 부렸다. 그러다 최근 집값 급등을 더 이상 부인하기 힘들게 되자 장관이 나서서 “전 정부에서 규제를 다 풀었기 때문”이라며 남 탓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홍남기 부총리도 맞장구를 쳤다.
여당의 궤변은 ‘거짓말을 100번 반복하면 진실로 믿게 된다’는 나치 괴벨스의 발언을 증명이라도 할 기세다. 원내대표를 포함해 중진의원들이 가세해 일제히 ‘전(前) 정부 책임’을 들추기 시작했다. 전 정부에서 주택시장이 이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사실은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행태가 역력하다. 설사 전 정부의 잘못이 있다 해도 집권 4년차면 바로잡을 시간이 충분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집권층 내부의 현실 판단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크다. 국회 법사위의 의사봉을 잡고 ‘부동산 3법’을 일방 통과시킨 윤호중 위원장은 “국민이 집의 노예에서 벗어난 날”이라며 짐짓 감격스러워했다. ‘세금 폭탄’을 퍼부어 집값 불안을 부추기고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윤준병 민주당 의원)을 만들고선 신성한 ‘노예해방’을 거론하다니 기가 막힌다. 치솟는 집값에 내집마련 꿈을 포기하고, 월세를 전전할 걱정에 길거리와 온라인을 가득 메운 국민의 울분이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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