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일로서는 국내 재보험 시장의 60% 이상을 선점하고 있는 코리안리를 통해 공동재보험 및 자산운용 수요를 확보할 수 있고, 코리안리는 부족한 자금력과 자산운용을 도움받는 ‘윈-윈’ 구조다. 공동재보험은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떠안는 재보험을 말한다. 코리안리 등이 지금까지 국내 보험사에 제공한 전통적인 재보험과 다르다. 전통적 재보험은 보험가입자가 사망하거나 질병이 발생했을 때 돈을 대주는 정도의 역할에 그쳤다. 원 보험사가 일부 리스크를 전가할 수는 있지만, 금리 하락 등 보험사의 대표적 건전성 판단 척도인 지급여력(RBC)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를 다 넘길 수는 없었다.
보험사는 모든 리스크 넘기고…코리안리는 수요 확보 '윈윈
한국의 금리 수준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히 하락한 것이 한 원인이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외환위기 직전까지만 해도 연 13% 수준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연 0.8%대로 떨어졌다. 생명보험 계약의 70% 이상이 만기 20년 이상인 탓에 국내 생보사들은 과거에 연 3% 이상 고금리로 계약해 놓은 상품(약 70%)으로 인한 역(逆)마진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회계제도까지 바뀌면서 국내 생보사는 급격한 지급여력(RBC)비율 하락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정부는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을 보험업계에 2023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사용되던 RBC비율을 대체하는 신(新)지급여력제도(K-ICS)도 2023년 도입할 예정이다.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는 IFRS17에다 가용자본의 손실흡수성을 따지는 K-ICS까지 도입되면 국내 생보사 일부는 RBC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져 적기시정조치를 당할 위험이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관측이다. 공동재보험은 보험사들이 이런 상황에서 리스크를 한순간에 덜어내고 RBC비율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도입됐다.
코리안리는 자산과 부채를 적정 가격에 넘겨받아 이를 운용해 원 보험사의 금리 하락 리스크를 덜어주고 수익을 올릴 예정이다. 2018년 AIG그룹의 재보험 사업부문(포티튜드리)을 인수한 칼라일은 포티튜드리의 자본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코리안리의 리스크 부담을 나눠지겠다는 구상이다.
공동재보험 시장 규모는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23개 생명보험사의 지난 3월 말 책임준비금 규모는 원가 기준으로 626조7911억원, 시가 기준으로는 1000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10%만 공동재보험으로 이전된다고 가정해도 이전 계약의 규모가 60조~100조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이상은/임현우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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