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국민연금, 해외 투자 인력 4년 내 150명→350명으로 늘린다

입력 2020-08-0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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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8월03일(10:4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해외투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인력을 2배 이상 대폭 확대한다. 우량한 해외 대체투자 건을 발굴하기 위해 글로벌 운용사에 대한 지분 투자를 비롯해 유수의 연기금과의 전략적 파트너쉽 구축에도 나선다. 국내 투자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함으로써 기금 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취지다.

주주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국민연금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기업 지배구조에 관한 원칙도 준비 중이다. 투자기업이 국민연금이 제시한 원칙을 따르지 않는 경우 주주활동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다양한 기업의 사정을 무시한 채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투자 인력 4년 내에 2배 이상↑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3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금위를 열고 국민연연금의 해외투자 강화 방안을 담은 '해외투자 종합계획'과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의 원칙) 후속조치인 '국민연금기금 투자기업의 이사회 구성·운영 등에 관한 기준' 초안을 논의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향후 10년간 이어질 '기금 확장기'에는 기금의 안정적 운영과 재정 안정화를 위해 투자 기회가 많고 성과가 높은 해외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급여지급을 위한 자산 매각 시 국내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전체 기금의 34%인 해외투자 비중을 2024년까지 50%, 2025년까지 55%까지 늘리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으로 해외투자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현재 740조원 수준인 국민연금기금은 2024년에는 10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기금 자체의 증가에 더해 해외 투자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에 맞춰 조직과 인력, 투자 전략을 개편한다는 것이 이번 계획을 마련한 취지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은 현재 150명 수준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 해외투자 인력을 2024년 말까지 350명 수준으로 200명 가까이 확대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뉴욕, 런던, 싱가포르에 있는 해외 사무소를 중심으로 현지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중장기적으론 현지에서 투자의 발굴부터 투자 결정에 이르는 제반 과정을 해외 사무소가 독립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해외 우량 대체투자 물건을 안정적으로 발굴·투자하기 위한 전략도 이번 계획에 담겼다. 국민연금은 글로벌 사모펀드 등 운용사에 지분투자를 하고, 글로벌 운용사, 연기금과의 전략적 파트너쉽 체결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늘어나는 연금 속도를 맞추기 위해 투자는 대형화하되,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코어(안정적 수익 창출 가능한 자산)자산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와 같은 경기 하강 국면이 도래했을 때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간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지수투자) 중심으로 이뤄졌던 해외주식과 해외채권에서 액티브(직접운용) 비중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전통적 인덱스 투자가 아닌 가치, 추세(모멘텀), 건전성 등 비가격적 요소를 활용해 지수를 구성하고 추종하는 스마트 베타 등 대안지수 전략을 개발해 투자하고, 채권투자 역시 신흥국 국채 및 하이일드(고수익채권)을 제한적으로 편입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도 시도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기금위원들 대부분은 해외투자 종합계획의 취지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위원들은 "인력 확충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논의를 긴밀히 할 것"을 주문했다. 박 장관은 "해외투자 종합계획의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금운용본부 내 우수한 인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재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관련 주주활동 기초작업 착수

한편 이날 기금위 핵심 안건으로 점쳐진 '국민연금기금 투자기업의 이사회 구성, 운영 등에 관한 기준 안내'에 대한 논의는 다음 회의로 미뤄졌다. 이 안건은 국민연금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의 주주, 이사회, 감사 등 지배구조에 대한 원칙을 담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국민연금이 제안하는 이사 후보에 대해 거절하려면 합리적인 근거를 공개하라거나 모든 감사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박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이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기업과 주주와의 관계, 이사회의 기능 및 구성과 운영, 감사기구의 역할 등에 대한 일반원칙을 마련해 공개함으로써 기업의 이사회 및 경영진으로 하여금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논의를 예고했다. 하지만 일부 기금위원들이 "기업마다 업종도 다르고 지배구조가 다른데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하고, 지키지 않을 시 주주활동에 나선다는 것은 무리한 부분이 있다"며 비판적 의견을 내자 일단 보고를 유보하고 재논의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이 밖에도 국민연금은 대체투자의 연간 공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지침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금운용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현재 상위 10개 종목만이 공개되는 대체투자 연간 공시 범위를 전종목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이 안건의 핵심 내용이다. 이를 두고 기금위에선 "해외펀드와 달리 국민연금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국내 펀드에게 불공평한 조치" "기금의 투자 전략이 지나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일단 의결한 뒤 공시 범위나 형태에 대해 추후 더 논의하는 것으로 중지를 모았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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