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인 아내를 승강기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조모씨(30)는 지난 2012년 2월 경기 고양의 한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당시 임신 8개월이던 배우자 A 씨를 강간하고 음부에 상해를 입힌 혐의(강간치상)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조 씨는 "부부싸움을 하다 피해자가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은 사실이 있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A 씨는 "조 씨의 성관계 요구를 거부했는데도 결국 힘에 못 이겨 강간당했다"고 진술했다.
조 씨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A 씨를 여러번 폭행하고 입건돼 공소권 없음, 구약식 벌금, 가정보호 처분 등을 받은 전력이 다수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A 씨의 진술의 신빙성과 다른 증거들을 종합할 때 조 씨의 범죄사실이 증명된다고 판단하고 조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아무리 법적 혼인 관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산달이 얼마 남지 않은 임산부인 피해자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엘리베이터라는 극도로 비정상적인 장소에서 성관계 요구에 동의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조 씨 측은 A 씨가 사건이 발생한 지 7년이 지난 작년에 고소한 것을 문제 삼으며 자신을 무고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는 늦은 고소에 대해 "자식이 태어나면 폭력 성향이 고쳐질 것으로 믿고 참았지만 기대가 무너져 결국 이혼했다. 지금까지도 이 사건에 관한 악몽을 꾸는 등 심리적·정신적 피해가 계속돼 최근에야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조 씨는 피해자가 양육비 거절에 불만을 품고 무고했다는 등 어처구니없는 변명만 하고 있다. 패륜적이고 변태적인 성폭행 범행을 저지르고도 피해자를 몰아세우는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실제 A 씨는 조 씨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2014년 이혼했지만 조 씨로부터 아무런 양육비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 결과에 불복한 조 씨는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1심과 다르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구자헌·김봉원·이은혜 부장판사)는 A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1심이 선고한 징역 7년과 16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유지했다.
다만 신상정보 공개·고지 기간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기간은 각 10년에서 각 7년으로 줄이고, 출소 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기간도 15년에서 10년으로 줄였다.
재판부는 "실형과 치료프로그램으로도 조 씨의 왜곡된 성적 충동을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배우자에 대한 그릇된 성인식 또는 폭력적 성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한 범행은 아닌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조 씨는 2심 판단에도 불복해 상고, 사건은 대법원으로 가게 됐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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