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가 진단 플랫폼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에도 진단 시장을 선도하겠습니다.”
4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있는 진단제품 생산시설에서 만난 손미진 수젠텍 대표는 “올 하반기 여성호르몬의 체내 변화량을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진단 의료기기 업계를 ‘바이오 제조업’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진단키트 하나를 만드는 데엔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 개발, 진단기기 개발, 생산설비 구축 등 바이오 기술과 제조업 기술이 모두 필요한 까닭에서다. 바이오 산업을 선도하는 한 축이 신약 개발이라면 다른 한 축을 이끌 수 있는 게 바이오 제조업인 체외진단이라는 게 손 대표의 생각이다.
이 진단키트를 이용하면 임신, 배란, 폐경, 피부 트러블 등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 양의 변화를 분석할 수 있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의 진단기기 하나에 센서를 갈아끼워 호르몬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손 대표는 “스마트폰 앱(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호르몬 변화량을 확인하고 몸에 맞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젠텍은 디지털 진단을 이용한 제품을 이미 상용화했다. 호르몬의 양을 정량 진단해 임신 여부를 디지털 방식으로 알려주는 제품이다. 손 대표는 “임신진단기기에 한 줄, 두 줄이 그어졌는지를 보고 임신 여부를 판단하던 기존 방식은 줄의 선명도에 따라 진단 결과가 잘못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며 “디지털 진단 방식을 활용하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오류 없이 검사 결과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제품은 부작용 우려도 없다. 기존엔 알레르기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피부에 직접 알레르겐을 반응시키는 피부단자검사법을 활용했다. 손 대표는 “이 진단기기를 활용하면 피부단자검사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쇼크 등의 부작용 우려가 없다”며 “이미 검진센터와 의료재단 등을 중심으로 다중면역진단기기를 공급했다”고 말했다. 류머티즘 관절염과 크론병 등 자가면역질환에도 다중면역진단기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혈액 기반 결핵 진단키트는 수젠텍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결핵 환자의 혈액에서 특이적으로 나오는 단백질을 바이오마커로 활용해, 혈청만으로도 결핵 진단이 가능하다. 진료소 등 소형 의료시설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진단법이다. 기존엔 환자가 직접 뱉은 객담(가래)을 통해 결핵 여부를 검사했다. 가래를 내뱉기 어려운 어린이와 노인에겐 적용이 어려운 검사법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1300억원 규모로 결핵 진단키트를 구매하고 있다. 수젠텍은 혈액 기반 결핵 진단키트를 WHO에 공급하기 위해 중국에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혈액 기반 말초신경병증 진단키트도 지난해 동아대 말초신경병증연구센터에서 기술도입해 개발 중이다.
손 대표는 “코로나19는 중화항체가 체내에서 장기간 유지되지 못해 재감염을 일으키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백신이 개발되면서 면역획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중화항체가 생성됐는지를 검사하는 진단키트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업도 순항 중이다. 항체진단키트는 긴급사용승인(EUA)을 받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평가 자료를 제출한 상황이다. 항원진단키트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출용 허가는 이달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남미, 아시아 등 의료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항원 진단키트와 항체 진단키트를 공급하고 유럽, 미국엔 치료 경과 판단용으로 항체 검사키트를 판매하겠다"며 "스마트폰 앱을 통해 코로나19 발병 예측과 예방, 진단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플랫폼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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