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씨처럼 코로나 블루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심리상담 서비스를 찾는 사람도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도박 중독자, 자살 고위험군이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올 3~6월 도박중독 관련 상담자 수는 3257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926명)보다 11.3%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랐던 3월에는 상담자 수가 전년 동기보다 39%나 증가했다. 우울감, 무료함, 스트레스 등에 빠진 사람들이 도박에 손을 댔다가 중독에 이르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이 원장은 “코로나 블루를 겪는 사람들을 겨냥한 온라인 도박 사이트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경기 불황으로 ‘한탕’을 노리는 심리까지 더해졌다”고 했다.
자살 고위험군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화영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자살 고위험군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트라우마가 심각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월 20일 이후 현재까지 국가트라우마센터에 접수된 일반인 상담은 8만8000여 건에 달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 사업부장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주는 타격은 화재나 붕괴 사고 등 물리적 재난보다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넓다”고 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의원급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는 544억원으로 작년 동기(482억원)보다 12.9% 증가했다. 이때는 감염에 대한 걱정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줄던 시기다.
코로나 블루의 증세는 다양하다. 코로나19 확산 초반에는 감염을 걱정하는 불안·강박장애를 호소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면, 그 후엔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립감이나 답답함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실업이나 휴업·폐업 등 경제적인 고통을 털어놓는 일이 많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코로나 블루는 경력단절 여성이나 노인 등 취약계층에 더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다. 지난 5월 진주에선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완치된 60대 여성이 우울감이 깊어져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코로나19는 경제 위기, 장기불황 등과 함께 ‘패키지’처럼 사회 변화를 일으킨다”며 “그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거나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시급하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마련하는 상담 프로그램으로 임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심리 방역’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민간 정신상담서비스업체인 호시담심리상담센터는 지난달 유료 상담 이용자가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온라인 상담 플랫폼 ‘지식인 엑스퍼드’에서 ‘마음 상담’을 주제로 한 문의도 지난 1월 288건에서 6월 514건으로 5개월 새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이윤호 한국심리학회 코로나19특별대책위원회 간사는 “코로나 블루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심리 방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은/최다은/김남영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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