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공급 적고, 용산·마포 청약수요 집중…3기 신도시엔 악영향"

입력 2020-08-05 17:21   수정 2020-10-05 15:52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 용산, 마포 등 도심 지역 신규택지를 개발해 지분적립형 주택을 분양하면 30대 등 청년층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들이 전·월세를 살면서 청약 물량을 기다리면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등으로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전·월세값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도심 분양이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 수요까지 흡수할 것으로 우려된다.

도심 공급 늘지만 전·월세 불안 가중
전문가들은 도심 공급 확대는 서초구 국립외교원 유휴부지,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등 서울 도심에서 공급되는 물량이 전세 대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젊은 층은 분양가의 20%만 내고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지분적립형 주택에 쏠릴 것”이라며 “지역이 서초 마포 등인 것도 매력적”이라고 했다. 다만 이 교수는 “30대 수요가 청약을 기다리면서 전·월세로 남아있게 되면 임대차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을 늘린 것 역시 전·월세 수요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사전청약 확대는 젊은 층이 ‘패닉 바잉(공황 구매)’을 멈추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전세 품귀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재건축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도 지적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이익이 나지 않으면 재건축 추진에 대해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 기존 재건축 규제는 그대로인데 용적률만 높여준다고 인센티브가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창무 교수도 “사업만 제대로 진행되면 공공재건축은 효과적인 공급 방안이 되겠지만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공공 개입을 줄이고 민간이 주도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이창무 교수는 “재건축은 조합원 동의가 필수인데 공공재건축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도심에 밀린 3기 신도시 타격받나
이번 공급 대책이 악재로 작용하는 지역으로는 고양 창릉과 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가 꼽혔다. 주택 구매 수요가 3기 신도시보다 서울 도심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서울 마포, 용산 등에 대규모 청약자들이 몰리면 3기 신도시 사전청약 경쟁률은 예상보다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용적률을 대폭 높이면서 당초 계획한 ‘저층 특화도시’가 ‘과밀 단지’로 바뀌게 된 것도 3기 신도시엔 악재”라고 덧붙였다.

태릉골프장이 있는 노원구도 대다수 전문가들이 악재 지역으로 꼽았다. 이창무 교수는 “태릉골프장은 향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해야 할 녹지인데 이를 훼손하고 임대주택을 지으면 주민들은 악재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태릉에 짓는 아파트가 강남권에 들어가고 싶은 수요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용산 캠프킴, 용산정비창 등의 인근 지역은 개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중층 재건축 단지들이 몰린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도 향후 공공재건축 용적률 상향으로 사업성이 좋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 제공 등 이번 8·4 대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공공이 재건축·재개발을 주도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명숙 부장은 “과천시나 마포구 등의 반발을 잠재우려면 임대 건립과 함께 교통망과 기반 시설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은지/배정철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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