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용적률 절실한 중층단지도 공공재건축은 '시큰둥'

입력 2020-08-06 17:30   수정 2020-08-07 02:16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는 물론 사업성이 떨어지는 용적률 200% 안팎의 재건축 단지도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공공재건축)’을 반기지 않고 있다.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도 공공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용적률이 200% 안팎인 중층 재건축 단지들은 공공재건축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8·4 공급대책’에서 등장한 공공재건축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참여한 재건축 사업에 용적률을 500%까지 허용해주는 방식이다. 늘어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공공기여)으로 환수한다.

전문가들은 “기존 재건축 방식은 통상 용적률이 180%를 넘으면 사업성이 부족하고 200%를 웃돌면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용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일부 단지가 공공재건축을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 이유다.

지난 6월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울 서대문구 DMC한양(용적률 223%·사진)은 공공재건축 도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DMC한양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대책 발표 후 대다수 주민이 공공재건축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며 “닭장 같은 50층 임대아파트를 조성한다는 방안으로 주민 동의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적률이 높은 재건축 단지가 많은 노원구 상계주공 일대도 잠잠하다. 공공재건축 도입 발표가 나왔지만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총 3만2000여 가구(1~16단지) 규모인 상계주공은 대부분 용적률이 180~200% 선으로 높아 재건축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상계주공6단지 인근 T공인 대표는 “6단지(용적률 191%) 전용면적 38㎡는 지난달 31일 4억95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었지만 대책 이후 잠잠한 분위기”라며 “공공재건축을 도입할 경우 지역 슬럼화를 걱정하는 주민이 많다”고 전했다.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단지들도 공공재건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 리모델링은 아파트 전체를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건물 뼈대를 남긴 상태에서 공사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주로 용적률이 200%가 넘는 단지들이 재건축의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송파구 문정시영(용적률 232%) 리모델링조합 관계자는 “용적률을 500%로 높여준다고 해도 공공재건축으로 전환할 생각이 없다”며 “임대가구가 늘어나는 부작용에 더해 기대수익의 90%까지 환수한다면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더 좋다”고 말했다.

공공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재건축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파구 삼전현대(용적률 240%) 리모델링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강화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공공재건축은 매력적이지 않다”며 “파격적인 ‘당근’이 없다면 도입을 고려하는 리모델링 단지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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