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올해 상반기 중국 판매실적은 11만1000대로 4월부터 증가세다. 하지만 미국에선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43.7% 줄어든 26만4000대를 기록했다. 6일 발표된 도요타의 2분기 순이익은 중국 판매에 힘입어 1조7800억원의 흑자를 냈다.
지금 중국 정부가 노리는 건 일본 자동차 소재부품 기업의 기술이다. 중국 내 자동차산업을 끌어올리려고 각종 부양책을 내놓기도 한 터다. 일본 완성차업체를 중국에 유치하면 부품 소재업체도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도요타로선 최근 매서워진 미국의 눈초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미·중 무역충돌이 계속되며 양다리 전략을 펼치느라 힘든 상황에서 도요타의 고민만 더욱 깊어진다. 중국 없이 성장 전략엔 한계가 있는 듯하고, 그렇다고 미국을 외면하기는 더욱 어렵다. 미국 고위당국자가 5일 일본 한국 영국 대만 등을 중국이 기술을 노리는 국가로 거론해 중국에 첨단기술 이전을 제한하고 수출 통제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물론 도요타만이 아니다. 대만 TSMC도, 독일 다임러도 미·중 신냉전에서 어디를 택할지 힘들어한다. 류더인 TSMC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양국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일부 전문가는 코로나19 이후 중국이 일본 한국 대만 기업들과 연계해 지역가치사슬(RVC)을 꾸미려 한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간섭이나 제재를 받지 않는 중국 독자 공급망의 구축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간재 공급의 기반을 쌓은 일본 및 한국 기업 등과 관계를 맺으려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생산기능을 한 곳에 둘 수 없는 흐름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 속에서 보편적이고 자유로운 생산과 유통망이 더욱 필요할지 모른다. 독자적이고 강압적인 체제에서 공급망은 항상 리스크를 안고 운영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우군을 적극 만들려는 이유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쉽게 움직일 수는 없다. 미·중 신냉전에 세계 기업만 골병들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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