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내 2300여 개 상장회사를 별도로 규제하는 법안을 내놨다.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고 투기자본의 경영 압박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6일 이런 내용의 ‘상장회사에 관한 특례법’을 발의했다. 상장회사법은 △자기주식 처분 시 소각 등으로 제한 △최대주주·특수관계인 관련 기업 합병 시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인수합병(M&A) 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등이 핵심 내용이다.
이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분산돼 있는 상장회사 관련 규정을 통합해 별도 법률을 제정하기로 한 것”이라며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해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도 상장회사를 별도 규제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입법 필요성에 대한 여당 내 공감대가 형성돼 21대 국회에서 상장회사법 제정안의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내 대표적 ‘경제통’인 이용우 의원(사진)은 6일 ‘상장회사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상장회사법)’을 발의했다. 이 법은 합병이나 자사주 처분 등에 있어 최대주주 등의 주요 경영상 의사결정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수준보다 더 강화된 규제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선택권을 외면하고 최대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며 “상장기업을 공기업으로 만들려는 수준의 발상”이라고 말했다.
제정안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과 관련된 기업의 합병 시 최대주주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상법 368조에서도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제정안은 개인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기업 경영을 위한 주요 결정마저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을 명문화해 재산권 침해 등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자사주 처분 시 조건을 제한한 규정에 대해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된다. 제정안은 상장사가 자기주식 처분 시 △소각 △주주에게 주식 수에 따른 균등 배분 △증권시장 내 처분 △임직원 상여금으로 자기주식 교부 등으로 처분 조건을 한정했다. 상법에도 자기주식 처분 관련 조항(342조)이 있긴 하지만 별도의 처분 방법을 제한하진 않고 있다.
이 의원은 ‘주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이런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대주주와 소액주주, 경영자 간 정보 불균형은 한국 증시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 측은 통상 지배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 고가로 인수되기 때문에 공개매수를 통해 소액주주 보유 주식도 같은 가격으로 매수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지주회사 자회사 지분율 상향(상장사 30%·비상장사 50%)을 추진하는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충돌 가능성이 있다. 또 50% 이상 지분 취득 시 과점 주주로 간주돼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없다.
현재 이사회 결정으로 가능한 중요 자산 양수·양도 결정을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한 것도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 조항으로 꼽힌다. 경제 관련 법을 위반했을 때 형 집행 후 2년이 지나지 않으면 임원을 맡지 못하게 한 것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다.
이 의원은 “상장회사와 관련한 법 조항이 상법과 자본시장법으로 나뉘어 있어 제대로 된 법체계를 갖추지 못한 실정”이라며 상장회사법 제정 당위성을 강조했다. 일본(회사법), 독일(주식법) 등 선진국처럼 상장회사를 위한 별도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재계나 학계에서도 상장회사법 자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상장회사 관련 법 소관 부처가 나뉘어 있어 기업들도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 의원의 제정안은 법률 재정비를 빌미로 규제를 강화해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산업계에서는 기업 사정을 잘 안다고 평가받는 이 의원마저 규제 일변도의 법안을 내놓은 것에 실망감이 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지역구인 경기 고양정에 출마해 국회에 처음 입성한 이 의원은 카카오뱅크 대표를 지낸 여당 내 경제통으로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 동원증권 상무, 한국투자신탁운용 전무 등을 지내 경제 현안과 기업 사정에 밝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의원은 그러나 “제정안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며 “오랜 시간 필요성을 절감하고 구상해온 법안”이라고 반박했다.
조미현/이동훈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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