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수초섬 지키려다"…의암댐서 선박 3척 뒤집혀 참사[종합]

입력 2020-08-06 21:35   수정 2020-08-06 22:43


의암댐에서 선박 3척이 전복돼 8명 중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이들은 급류에 떠내려가는 하트 모양의 인공 수초섬 고박 작업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의암댐은 엿새째 이어진 집중호우로 수문 방류 중이었다. 이 때문에 전복된 선박들은 폭 13m의 댐 수문으로 빨려 들어가 하류로 휩쓸려 내려갔다. 사고 선박 3척에는 8명이 타고 있었으며, 1명은 의암댐 수문으로 휩쓸리기 전에 극적으로 탈출해 구조됐다. 나머지 7명 중 1명은 사고 지점에서 13㎞ 떨어진 곳에서 무사히 구조됐으나 1명은 숨진 채 발견되고 나머지 5명은 실종된 상태다.
"폭우에 떠내려가는 수초섬 고박하려다 사고"
사고는 6일 오전 11시 30분께 강원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발생했다. 폭우로 떠내려가는 수초섬을 고정하기 위해 행정선과 민간 업체의 고무보트가 출동했다.

1차 고박 작업에 실패한 뒤 경찰정이 추가 투입된 협력 작업에도 고박에 실패하자 철수했고, 이 과정에서 의암댐에서 500m 상부 지점에 설치된 수상통제선(와이어)에 걸려 선박 3대가 거의 동시에 전복됐다.

사고 직후 선박들은 폭 13m, 높이 14m의 의암댐 6번 수문을 통해 그대로 빨려 들어가 하류로 휩쓸렸다. 당시 의암댐은 수문 14개 중 9개를 10여m 높이로 열고 초당 1만t의 물을 하류로 방류 중이었다. 경찰정에는 이모 경위(55) 등 2명이 타고 있었고, 고무보트에는 민간 업체 직원 김모 씨(47), 행정선에는 황모 씨(57)등 시청 기간제 근로자 5명 등 모두 8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이 고정하려던 인공 수초섬은 의암댐 내 의암호에 수질 개선을 위해 조성한 것이다. 춘천시는 한강수계관리기금 10억원 등 총사업비 14억5천만원을 들여 기존 인공 수초섬을 보수·확장하는 사업을 지난해 말 착공했다. 기존 인공 수초섬의 면적을 2900여㎡로 확장하고, 2700여㎡ 면적의 인공 수초섬을 추가로 만드는 사업이다.

하지만 최근 엿새째 집중호우가 쏟아진 데다 지난 2일부터 의암댐이 수문을 개방해 가뜩이나 유속이 빨라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수초섬 고박 작업을 하다가 참사가 발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탑승자 8명 중 1명 구조…탈출 1명
사고 선박 중 행정선에 타고 있던 안모 씨(59)는 의암댐으로 휩쓸리기 전 가까스로 탈출해 구조됐다.

이 사고로 7명이 실종됐다가 1명은 사망하고 1명은 구조됐다. 현재까지 5명은 실종 상태다. 행정선에 타고 있던 이모 씨(69)는 이날 낮 12시 58분께 사고가 난 의암댐에서 20㎞가량 떨어진 남이섬 선착장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같은 행정선에 탄 곽모 씨(69)는 낮 12시 36분께 사고 지점에서 13㎞ 하류인 춘성대교 인근에서 극적으로 구조돼 강원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특히 민간레저업체에 의해 구조된 곽 씨는 댐 수문으로 빨려 들어가고 30리가 넘는 거센 물살을 견뎌낸 뒤 1시간여 만에 구조된 셈이다. 곽 씨는 구명조끼와 우비를 착용한 덕에 극적으로 구조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경강대교 부근에 사고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헬기와 구조정 등을 투입해 실종자 5명에 대한 구조 및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춘천 의암댐부터 북한강을 따라 가평 청평댐까지 약 50㎞ 구간에서 소방과 경찰 등 인력 835명과 헬기 7대, 드론, 구조 보트 등 장비 69대 등이 투입돼 수색작업이 벌어졌다.

지금 이들 지역에 비는 그친 상태지만, 며칠간 내린 폭우로 유속이 매우 세고 흙탕물이어서 수색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실종자 수색 작업은 이날 오후 9시에 종료됐으며, 오는 7일 오전 일출 이후 수색 작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고박 작업 중단 후 철수 중 9분만에 참사 벌어져
사고 선박들은 의암호 수질 정화를 위해 설치된 하트 모양의 인공 수초섬이 떠내려가는 것을 막다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 현장에서 진행된 브리핑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5분께 옛 중도 배터 선착장 인근에 설치된 인공 수초섬이 최근 내린 폭우로 댐이 방류를 해 물살이 거세지면서 떠내려갔다.

이에 수초섬을 관리하는 민간 업체와 행정선이 출동해 수초섬 고박 작업을 하려다가 실패했다. 이어 오전 11시 2분께 춘천시청 환경과에서 '인공 수초섬이 떠내려간다'고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공동대응 차원에서 경찰정을 출동시켰다.

하지만 급류가 강해 고박 작업을 중단하고 철수하는 과정에서 민간 업체의 고무보트가 댐을 가로질러 설치된 수상통제선에 먼저 걸렸고, 이를 구조하려던 경찰선과 행정선까지 와이어에 걸리면서 한꺼번에 침몰했다.

오전 11시 25분께 "급류가 강해 안 되겠다"는 유선 보고 이후 철수 명령이 내려진 지 9분 만에 참사가 난 셈이다. 침몰한 선박 중 경찰정이 가장 먼저 댐 수문으로 휩쓸렸고, 곧이어 행정선 등이 순차적으로 휩쓸리는 장면이 의암댐 CCTV에 포착됐다. 와이어는 보트 등의 댐 접근을 막거나 방류 시 보트 등이 물살에 떠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댐으로부터 500여m 상류 지점 수면 위에 강을 가로질러 설치한 접근 한계선이다.

사고 현장인 춘천 의암댐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는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강원도, 춘천시 등 지자체는 가용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고, 수색대원의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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