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환경도 나쁘지 않았다.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고, 반중국 정서가 확산됐다. 이와 함께 인도와 중국의 긴장 상황도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는 대한민국 기업들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각국의 보조금 지급과 원·달러 환율 상승도 소비 심리와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제품, TV, PC, 모니터 등이 잘 팔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LG전자는 미국의 월풀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하며 세계 1위의 가전업체로 재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스마트폰 시장이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4억 대 미만 판매로 부진했다. 시장 조사 기관인 IDC에 따르면 1분기 3.6억 대에서 2분기 3.4억 대로 모바일폰 판매 수량이 감소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1%가 넘게 줄어든 것이다. 또 다른 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도 2분기 스마트폰 시장이 2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과거 10여 년간 외부 활동이 증가하던 모습과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집에 머물면서 TV를 보고 게임을 하는 시간이 는다는 것은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수요를 증가시킬 것으로 기대했던 5세대(5G) 이동통신 확산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쉬운 것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다. 중국의 화웨이와 1등을 다퉈야 하는 상황이 됐다. 판매 수량 기준으로 압도적 1위를 하던 모습과는 달라졌다. 물론 이유는 있다. 화웨이가 중국 내수시장에서 엄청난 실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량 기준 세계 1위 시장인 중국에서 화웨이의 시장점유율은 46.8%(6월 기준, 카운터포인트)로 압도적인 1등을 차지했다. 미·중 무역분쟁의 주요 업체인 화웨이가 중국 내에서 선호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삼성전자는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었다. 2분기 스마트폰 사업에서 1조9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1조5600억원보다 늘어났다. 6월 이후 스마트폰 판매 수량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갤럭시노트20 등 신제품이 출시될 예정이고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도 기대가 크다. 그러나 하반기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코로나19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2분기 경기가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고 판단되나 급격한 회복을 기대하기엔 불확실성이 크다. 각국의 유동성 공급이 계속되면서 슬기롭게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면 다행이나 1998년 아시아 경제위기나 2008년 글로벌 복합위기 때처럼 업체들의 도산이 시작된다면 경기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경기에 민감한 IT 제품이 더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경기 부진은 소비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부자들보다 저소득층이 더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은 고가 제품으로 수요가 비탄력적이다. 삼성전자나 화웨이의 스마트폰 수요 감소보다는 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은 중저가 제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뿐만 아니라 폴더블 같은 고가 제품 대응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화웨이도 중국 내수시장에만 의존해서는 어렵다. 대한민국 업체들에 기회가 올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부품 업체들이다. 스마트폰 시장 부진은 부품업체들에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업체들은 B2C 사업이다. 보통 7% 수준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안 팔리면 마케팅을 줄이면 된다. 2분기 양호한 수익성을 기록한 것도 마케팅 비용 감소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반면, 부품 업체들은 스마트폰 판매 수량 감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회복되긴 어렵고 단가 인하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어려운 시기가 지속된다면 부품 업체들은 차별화될 가능성이 크다. 환경이 어려울 때 진짜 실력이 가려진다. 다행히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국내 업체들에 기회가 생겼다. 애플 등의 업체들이 중국 부품 사용을 꺼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william.park@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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