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로 독자개발한 한국형 전투기(KF-X)용 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가 7일 공개됐다. AESA 레이더는 공중전에서 적기를 먼저 식별하고 지상의 타격 목표물을 찾아내는 데 필수적인 장비다. "국내 개발이 불가능할 것"이란 국내외 비판적인 관측을 극복하고 개발 착수 4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방위사업청은 7일 한화시스템 용인종합연구소에서 AESA 레이더 시제품 출고식 행사를 열었다. 이날 출고된 AESA 레이더는 국방연구소(ADD) 주관으로 2016년부터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전투기용 레이더다. 내년 상반기 시제기 1호 출고를 목표로 삼고 있는 KF-X에 탑재될 핵심 장비다. '전투기의 눈'으로 불리는 이 장비는 1000여개의 송·수신 모듈을 독립적으로 작동시켜 다수의 적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추적할 수 있다. F-15K나 KF-16 전투기에 탑재되는 기존 기계식 레이더에 비해 정보처리 능력이 1000배 빠르고, 전투능력도 3~4배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2014년 미국과 차세대 F-35A 전투기 도입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AESA 레이더의 핵심 기술 이전을 약속받았지만, 미 의회가 해당 기술의 이전을 금지해 무산됐다. 결국 군 당국은 독자개발에 나서기로 결정했고 ADD와 한화시스템 등이 연구에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한국 기술로 개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ADD는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의 지상시험에 이어 지난 해 국내외 비행시험을 수행해 AESA 레이더의 기술 능력을 점검했다. 레이더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레이더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최호천 방사청 미래전력사업본부장은 "AESA 레이더가 KF-X에 성공적으로 통합돼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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