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차 5000대 중고차 시장 풀린다…호갱 피하려면?

입력 2020-08-07 11:23   수정 2020-08-07 11:25


전국 각지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차가 급증하며, 다음 달부터 중고차 시장에 '무사고차'로 둔갑한 침수차가 5000대 이상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집중호우로 지난달에만 3000대 넘는 침수차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주요 손해보험사 4곳(삼성·현대·KB·DB)에 접수된 차량 피해 건수는 총 3041건으로 집계됐다. 추정 손해액만 335억19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억원의 14배에 달한다.

단기간에 유례가 없는 침수차가 발생했지만, 업계는 실제 피해 차량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손보사 14곳에 달하고 보험 가입 운전자 중 약 40%는 자기차량손해(자차보험)를 제외하고 가입해 접수 대상이 아니었던 탓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손보사 4곳 접수 건수에 자차보험 미가입 40%를 단순 산술해도 5000대가 넘어간다"며 "중소형 손보사를 합치고 집계 기준이던 3일 오전 9시 이후 발생한 경우를 감안하면 실제 침수차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이후로도 호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역시 침수차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산다. 강원 지역에서는 엿새 동안 755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전국 곳곳에서 하천 범람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수도권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다음주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뒤늦게 태풍이 북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태풍 볼라벤, 덴빈, 산바 등이 몰려왔던 지난 2012년에는 전국에서 약 2만3000대가 넘는 침수차가 발생하기도 했다.

급증한 침수차는 중고차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에게 위험 요소가 된다. 보험사에 인수된 침수차는 보험개발원의 카히스토리 '무료침수차량조회' 서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보험사에 접수되지 않은 침수차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를 노리고 일부 비양심적인 중고차 업체들과 정비소들은 침수차를 직접 매입하거나 전손 처리돼 폐차될 예정인 차량을 빼돌려 복원 작업 후 중고차 시장에 내놓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수차인 것을 밝히고 판매하거나 재활용 가능한 부품만 추출해 거래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무사고차'로 둔갑해 시장에 흘러드는 침수차도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중고차 매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유형에서 성능점검 기록 조작 등 성능·상태 점검 관련 피해가 79.7%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침수차 구입 피해는 9~11월에 가장 많았고 정비업체 정비 과정에서 발견한 경우(82.5%)가 가장 많았다.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를 통해 침수차 여부를 확인한 경우는 극소수(3.0%)에 불과했다.


업계는 차량 구입과 건조, 세척과 상품화 등의 과정을 거치면 9월부터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 유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악취가 나는지 확인하거나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겨 오염 여부를 확인하거나 △고무 패킹을 뜯어 흙이나 물이 있는지 확인하거나 △시거잭 안의 상태를 살피하는 등의 침수차 구별 요령이 민간요법처럼 전해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정보에 의존하면 악덕 딜러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두성 케이카 주임은 "안전벨트를 통째로 뜯어 신품으로 교체하면 흔적도 남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고무 패킹 역시 미리 뜯어 닦은 뒤 판매하는 업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안전벨트, 고무패킹, 시거잭 등 널리 알려진 방법을 역으로 이용해 침수차를 정상차로 둔갑시킨다는 의미다. 그는 "손전등으로 가속페달 안쪽 끝 부분을 비춰 흙 등이 묻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닦아내기 어려운 위치라) 그나마 나은 방법"이라면서도 "정상 중고차 매물로 나온 침수차를 확인하려면 전문가를 통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케이카·오토플러스·AJ셀카 등 전손차·침수차를 취급하지 않는 중고차 대기업을 이용하거나 전문가가 중고차 상태 확인을 대행해주는 마이마부, 카바조, 카카인포솔루션 등 스타트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침수차를 피할 방법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는 신차와 달리 제품 상태가 제각각이기에 비용을 더 들여 매물을 검증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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