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무르익으면서 '소맥'(소주·맥주)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시름이 깊어지는 곳도 있다. 빈병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편의점 업계다. 빈병은 큰 이익이 남지 않고 보관할 곳도 마땅치 않지만, 거부할 수도 없어 점주들에겐 골칫거리다.
덥고 습한 날씨에 더럽고 악취나는 공병을 일일이 수거해야하다보니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역마다 공병수거기계를 설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8일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각 지역에 공병수거기계 설치를 부탁 드립니다'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와 있다. 주택가에 있는 작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중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유리병에 든 주류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길바닥에 버려진 대형마트의 공병까지 강제로 수거해야하는 일은 너무 고통스럽다"며 이같은 청원을 올렸다.
해당 청원의 골자는 이렇다. 보통 편의점에서 공병을 받으면 10~20병 씩 바로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몇 백병을 모아서 한번에 반품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오염된 공병을 판매하려는 고객들과 실랑이를 벌이게 되고, 판매할 물건이 가득찬 좁은 창고에 공병이 가득 쌓인다는 것이다. 특히 여름엔 아무리 깨끗해보이는 공병을 받아도 오랫동안 쌓인 공병에서 악취가 나고 곰팡이가 핀다고 청원인은 밝혔다.
그는 "공병에 대한 반감이 쌓여 현재 판매 중인 유리병에 든 주류를 전부 페트병으로 대체하자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그렇게 운영하고 있는 매장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소비자들도 편하게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각 지역마다 공병수거기계를 설치하거나 공병 수거 장소를 지정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반복 사용이 가능한 유리 용기를 사용하는 모든 주류(발효주류·증류주류), 청량 음료류의 판매 가격에는 공병(빈용기) 값이 포함돼있다.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은 소비자가 공병 반환을 요청할 경우 보증금을 환불해줘야 한다. 반환을 거부하는 업체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빈병 보증금은 소주병과 맥주병이 각각 100원, 130원이다.
빈병을 받은 편의점은 모아놨다가 판매대 진열 상품을 배송하는 차량을 통해 공병을 반납한다. 이후 공병은 각 지역에 있는 편의점 물류센터에서 집하가 된 후 제조사로 보내진다.
공병을 바로 반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보니 주택가 등에 위치한 일부 점포에선 공병을 반환 갯수를 제한하거나, 요일을 지정해 받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병 취급 수수료가 낮은 점도 점포가 회수를 꺼리게 되는 요인이다. 주류업체가 빈병을 회수할 시 소매점에 주는 수수료는 소주병 10원, 맥주병 11원 정도다. 하루 100병 공병 처리를 해도 매장이 얻는 수익은 1000~1100원 수준에 불과하다.
광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청원 내용이 실현되기 어렵다면 공병 취급 수수료라도 점포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상향해줬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빈병을 반환하는 소비자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매점에서 공병을 회수하는 업체 관계자 B씨는 "회수하다보면 깨끗이 버리지 않는 빈병들이 너무 많다"며 "우리나라도 독일과 같은 선진국처럼 어렸을 때부터 재활용 교육을 실시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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