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륜의 증거입니다."
한 네티즌의 고백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부모가 불륜한 사실을 알면 천륜을 끊어야 하는 것인지, 부모를 버리지 못하면 '불륜 커플의 자식'이라는 손가락질을 감내하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A 씨의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바빴다. 다른 친구들은 주말에 아버지와 놀이공원에도 가고, 방학 때엔 가족 여행도 갔지만 A 씨는 그런 경험이 없었다. 아버지는 토요일 밤에 잠깐 들렀다가 일요일 오전에 아침도 먹기 전에 떠나는 존재였다.
어머니에게 "왜 우리는 아빠랑 같이 놀러가지 못하냐"고 불평할 때면, "너무 바쁘셔서 그렇다"는 답만 들었다.
7살 때 살기를 띤 중년 여성이 집에 쳐들어왔고, 아버지는 그를 말리는데 급급했다. 이후 초등학생이 된 후 "불륜"이라는 걸 알게됐고, 손가락질하며 돈을 요구하는 본처를 비롯해 동네 소문으로 A 씨도 "내가 불륜 관계에서 태어났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A 씨가 중학생이 된 후 이사를 갔고, 아버지도 더이상 찾아오지 않게 됐지만, 본처는 A 씨 모녀가 사는 집으로 찾아와 "이렇게 도망가봐야 소용없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소송걸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A 씨는 부모를 원망했지만, 그렇다고 천륜을 끊을 수 없었다. A는 "친구들의 따돌림과 학부모들의 수군거림을 참으며 사람 구실을 하려 공부만 죽어라 했다"며 "그런데 회사에 갔더니, 초등학교때 제 수치를 들먹이며 따돌렸던 아이가 동료로 있었다"면서 좌절감을 전했다.
이어 "내가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난 건 내 잘못이 아니지 않냐"면서 "나도 수치스럽고 더러운 행위의 결과물이 나라는 사실이 정말 화나고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난 최선을 다해 남부끄럽지 않게 살았고, 이따금씩 아주머니 자녀들이 무언가 요구하면 윤리적으로 잘못되지 않은 이상 다 응해줬다"며 "언제쯤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겠냐"고 호소했다.
A 씨의 고백에 "본인 잘못이 아니니 자책은 그만하라"는 응원의 댓글이 이어졌다.
하지만 "불륜녀 자녀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살거 생각하면 천불이 난다", "나도 피해자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어차피 어머니랑 연 못끊었으면 똑같은 사람", "원해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본처 가슴 찢고 태어난 건 맞지 않냐" 등의 비판도 적지 않았다.
최근 JTBC '부부의 세계'와 같이 불륜을 소재로한 드라마가 인기를 모았다.
간통죄가 폐지된 후 불륜 자체가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배우자를 '배신'하고, 혼인 관계를 파탄냈다는 점에서 여전히 공분은 자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륜이 알려진 후 모든 부부가 이혼하는 것은 아니다. 재산분할과 양육 부담 등 현실적인 이유로 불륜을 묵인하고 살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1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부부의 이혼 사유로 45.2%가 성격차이를 꼽았고, 경제문제가 10.2%로 그 뒤를 이었다. 가족간 불화는 7.4%였고, 배우자의 부정은 7.0%에 그쳤다. 외도로 인한 이혼이 성격 차이, 경제 문제, 가족간 불화보다 낮은 것.
불륜을 한 상대가 이혼을 요구하는 것 역시 한국 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재판상 이혼과 관련해 현재 한국은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 앞서 홍상수 감독의 이혼 청구가 기각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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