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여성 A 씨는 "온 마음을 다해 3년을 사랑한 남자와 파혼했다"고 털어놨다. 파혼의 이유는 예비신랑이 B형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숨겼다는 것이었다. A 씨는 "B형간염 보균자를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결혼을 준비하던 중 A 씨는 예비신랑에게 친구 남자친구 C 씨의 케이스를 무심코 이야기했다. 친구의 남자친구 C 씨는 B형간염 보균자였는데 결국 간암에 걸렸다고. 이에 대해 A씨는 "그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산 건지 모르겠다"며 놀란 친구를 걱정했다.
이 말을 하자 A 씨 예비신랑은 "전 세계 수많은 B형간염 보균자들은 사랑할 자격도 없고 인간 대우도 못 받는거냐"고 소리쳤다.
A 씨는 "절대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다. 친구가 놓여있는 상황이 어처구니없고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불같이 화를 내는 예비신랑에게 "오빠도 보균자"냐고 물었다. 결국 A 씨의 예비신랑이 B형간염 보균자라는 것이 드러났다.
당황한 A 씨는 "B형간염은 항체가 없으면 무조건 전염되는 전염성 높은 병이고, 완치가 되지 않고 평생을 안고 가야 하는 병 아니냐. 그런데 그런 걸 왜 말을 안 해줬냐"며 분노했다.
이에 예비신랑은 "나는 거짓말한 적 없다"며 "말할 기회가 없었기에 말을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A씨는 전했다.
A 씨는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미안함은 전혀 없고 소름 끼치게 당당했던 예비신랑의 모습은 제게 상처를 줬다"면서 "너무 아프고 어려웠지만 그 사람의 실체를 알게 된 후 더 이상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는 "B형간염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감염되는 케이스 외에 성관계, 주삿바늘, 키스 등으로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비신랑은 스킨십을 하면서도 제게 한 번도 말을 하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병원을 찾아 B형간염 검사를 했고 A 씨는 다행히 항체가 있다는 확인을 받고 마음을 놓았다.
A 씨는 예비신랑에게 "그동안 나와 밤을 같이 보내면서도 왜 말을 안 했냐. 나도 항체가 없었으면 감염이 됐을 테고, 평생을 관리하며 살아야 했을 것 아니냐"며 화를 냈다.
그러자 예비신랑은 "너 항체 있으니까 됐지? 이제 평생 마음 놓고 살 수 있겠지? 내가 그럴 줄 알고 말을 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결국 파혼을 결정했다. 그는 "지난 3년간 한결같고 한없이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는데 사람 일 이란 것이 참 신기하다"라며 "본심을 꽁꽁 숨기고 저와 결혼을 하려고 한 점과 결국 항체 있으니 된거 아니냐고 말하는 상식 밖의 가치관 때문에 평생을 같이 살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A 씨 예비신랑은 "너는 인정도 없는 사람"이라며 "주변에서 너를 인간 말종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쏘아붙이고선 떠났다.
네티즌들은 "보균자인 걸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불안해하면서도 넘어갔을 텐데, 의도적으로 숨긴 부분은 잘못됐다", "하루 이틀 만난 사이도 아닌데 말할 기회가 없었다니 어이가 없다", "예비신랑의 의도가 충분히 불순해 보인다. 물론 만나자마자 고백할 필요는 없지만 결혼할 생각을 가졌다면 솔직히 말했어야 한다", "상대방에게 감염 위험이 충분히 있는데도 의도적으로 숨긴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결혼 생활에서 생기는 일에 어떻게 대처할지 예상이 된다" 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이로 인한 우리 몸의 면역반응으로 인해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의미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 등 체액에 의해 감염 된다.
아기가 태어날 때 B형 간염이 있는 어머니로부터 전염될 수 있으며(수직감염), 성적인 접촉이나 수혈, 오염된 주사기의 재사용 등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이러한 경로로 B형 간염 바이러스가 혈액 내로 침입한 후 주로 간세포 속에 자리 잡게 되는데, 우리 몸은 이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들이 파괴되면서 간에 염증이 생기게 된다.
성인이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증상이 수주일간 지속되다가 95% 이상에서 저절로 호전된다. 하지만 만성 B형 간염으로 진단된 성인에서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되는 비율은 5년 경과 후 각각 9%, 2.7%이며, 10년 경과 후에는 23%, 11%, 15년 경과 후에는 36%, 25%, 20년 경과 후에는 각각 48%, 35%로 보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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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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