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미국 벅셔해서웨이의 2분기 순이익이 급증했다. 하지만 버핏의 투자감각이 완전히 살아났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미 현지에서 나온다. 벅셔해서웨이가 지난 2분기에 자사주 매입에만 사상 최대 금액을 쏟아붓는 등 여전히 소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벅셔해서웨이는 2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급증한 263억달러(약 31조원)이라고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항공부품 등 제조사인 프리시전 캐스트파츠를 비롯한 벅셔해서웨이의 사업 자회사 상당수 및 투자 포트폴리오가 부진했지만 전체 순이익은 대폭 늘었다.
이유는 애플이다.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하고 있는 애플 주식의 가치는 2분기 말 기준 920억달러 규모로 벅셔해서웨이의 전체 주식투자 포트폴리오(2070억달러) 중 44%나 차지하고 있다. 애플 주가가 지난 2분기에 43% 이상 뛰면서 벅셔해서웨이의 막대한 순이익 창출에 거의 ‘나홀로’ 기여했다.
시장에서는 지난 2분기에 벅셔해서웨이가 여전히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에 더 관심을 보였다. 벅셔해서웨이는 지난 2분기에 자사주 매입에 51억달러를 썼다. 이는 벅셔해서웨이의 분기별 자사주 매입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직전 최대 규모인 지난해 4분기(22억달러)의 두 배 이상이고, 지난해 연간 자사주 매입액을 능가한다. 버핏 회장은 배당 및 자사주 매입보다 투자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해 왔다. 그의 평소 지론대로라면 최선보다 차선을 택한 것이다.
2분기에도 소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온 결과 벅셔해서웨이의 현금 보유량은 1분기보다도 늘었다. 2분기 말 기준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466억달러로 1분기(1373억달러)보다 90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지난 2분기에 벅셔해서웨이는 128억달러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
벅셔해서웨이는 하반기 들어서야 투자 행보를 재개했다. 지난달 초에는 미 도미니언에너지의 천연가스 인프라를 부채 포함 97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벅셔해서웨이가 단행한 가장 큰 규모의 투자였다. 이어 지난달 말에는 미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을 20억달러어치 이상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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