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LG화학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시가총액 3~5위로 치고 올라온 것도 비슷한 사례다. 코로나19는 전통 제조업 강자들을 시가총액 순위에서 뒤로 밀어내고 있다.
‘시마노’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브랜드다. 100년 된 일본 회사로, 시마노 부품이 들어가면 자전거가 비싸질 정도다. 시마노의 시가총액은 작년 말 18조원에서 최근 24조원으로 뛰었다. 상장 후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회사 닛산은 시가총액이 29조원에서 18조원으로 줄었다.
코로나19로 체육시설에 셧다운 명령이 내려지자 대체품으로 자전거를 선택한 사람이 늘어난 영향이다. 바이러스에 취약한 대중교통 대신 운송수단으로 자전거를 택한 사람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NPD에 따르면 4월 북미 자전거 및 자전거용품 매출은 작년 동월 대비 75% 증가했다.
시마노는 캄파놀로(이탈리아), 스램(미국)과 함께 세계 3대 자전거 부품회사로 꼽힌다. 시마노는 중저가 자전거 부품을 생산하는 중국과 대만 회사들의 생산 중단에 따른 혜택도 봤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자전거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 정부는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자전거 도로를 증설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천리자전거 주가가 올 들어 129.09% 상승했다.
소비재 기업의 약진도 눈에 띈다. 집수리용품 판매회사인 홈디포는 미국 S&P500기업 중 시가총액 순위가 작년 말 21위에서 올 7월 말 14위까지 올라왔다. 7일 시가총액은 347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과거 시가총액 1위의 상징이던 석유회사 엑슨모빌(220조원), 미국의 대표적 통신회사 버라이즌(287조원), AT&T(256조원) 등을 앞서는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 집을 수리하려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홈디포 주가를 밀어올렸다. 국내에서는 한샘 등 가구업체들이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수혜주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 서비스를 제공하는 캐나다의 쇼피파이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로열뱅크오브캐나다를 제치고 캐나다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영국에서는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가 HSBC홀딩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HSBC홀딩스는 또 다른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도 2위 자리를 빼앗겨 3위로 내려앉았다. 일본 맥주시장 양대산맥의 시가총액 순위도 뒤집혔다. 아사히(47위→57위)는 작년 말 대비 시가총액 순위가 떨어진 반면 기린은 54위에서 52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미국의 대체육업체 비욘드미트도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비욘드미트는 증시 저점 대비 128.51% 급등했다. 시가총액도 5조6000억원에서 9조8000억원으로 늘며 던킨도너츠를 제쳤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밀집 사육, 도축 시스템이 전염병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진 데다 코로나19로 미국 대형 육가공업체 생산이 중단된 영향”이라고 주가 급등의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업종에서는 전자결제시스템 회사 페이팔이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앞질렀다. 반도체에서는 엔비디아가 인텔을 눌렀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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