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골퍼‘ 김성현(22)이 월요예선을 거쳐 생애 첫승을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장식하는 ‘인생 역전’을 했다. 코리안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한국프로골프(KPGA)선수권대회를 제패했다. 월요예선을 거쳐 코리안투어에서 우승한 이는 투어 사상 그가 최초다.
김성현은 9일 경남 양산 에이원CC 남·서 코스(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4라운드를 3언더파 67타로 마쳤다. 최종 합계 5언더파 275타를 적어낸 김성현은 공동 2위를 차지한 함정우(26) 이재경(21) 등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김성현은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8위로 최종일에 나서 승부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한국 남자 프로골프의 새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는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우승까지 하게 돼 기분이 좋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클럽 선택을 신중하게 했는데 이게 잘 먹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현의 우승을 점치는 이는 없었다. 최종일 관심은 챔피언조에 쏠렸다. 8년 만에 생애 첫승을 노린 박정민(27), 2018년 명출상(신인상)에 빛나는 함정우, 고국에서 첫승을 노리는 한승수(34)가 그들.
하지만 방향을 바꿔가며 이리저리 부는 바람 탓에 선두 구도는 시시각각 변했다. 박정민과 함정우는 긴 러프를 전전하다 타수를 잃었다. 한승수는 퍼팅이 살짝살짝 비켜가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 틈을 추격자들이 비집고 들어왔다. 이날만 5타를 줄인 이재경이 4언더파로 경기를 먼저 끝내며 선두그룹으로 뛰어올랐다. 김성현, 강경남(37) 역시 4언더파까지 슬금슬금 올라왔다. 안갯속 승부는 후반까지 이어졌다.
유럽투어 3승의 ‘어린왕자’ 왕정훈(25)이 후반에 가장 먼저 치고 나왔다. 3타를 덜어내 5언더파 단독 선두로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17번홀(파3), 18번홀(파4) 티샷이 바람에 밀리면서 무너졌다. 왕정훈이 3타를 잃는 사이, 17번홀에서 탭인 버디를 낚은 김성현이 5언더파 단독 선두로 경기를 끝마쳤다.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이는 단 두 명만 남았다. 함정우와 한승수. 그러나 아무도 남은 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연장전 준비를 하던 김성현의 우승이 그대로 확정됐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7년 투어 프로가 된 김성현은 일본 2부 투어와 국내 2부 투어에서 한 번씩 우승했다. 국내 정규 투어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정규 투어 대회 출전은 4년간 총 여덟 번이 전부. 가장 좋은 성적이 공동 42위(2016년 최경주인비테이셔널)였다.
우승상금 1억8000만원을 챙긴 김성현은 ‘천재 골퍼’ 김주형(18)을 제치고 단숨에 상금 랭킹 1위(1억8236만원)로 올라섰다. 5년간의 코리안투어 시드도 부상으로 챙겼다. 오는 10월 열리는 PGA투어 CJ컵 나인브릿지대회 출전권도 받았다. 최종일 선두로 나선 박정민은 이날 6타를 잃고 공동 14위로 대회를 아쉽게 마쳤다. 함정우가 이재경과 함께 4언더파 공동 2위에 자리했다. 한승수는 공동 7위(2언더파)로 내려앉았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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