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터널 속 생보사…'삼중고' 돌파구는

입력 2020-08-10 13:33   수정 2020-08-10 13:35

[08월 10일(13:33)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생명보험사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저금리, 저성장, 규제 강화 등이 맞물린 탓이죠. 생명보험사에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생명보험사들은 저축성 보험 위주로 외형을 키워왔습니다. 하지만 금리 하락기와 부채 시가 평가 이슈에 직면하게 되면서 저수익성을 견디면서 동시에 보험부채를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생명보험사들은 분주합니다. 보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운용 자산 구성을 바꾸고 있습니다. 자본 확충 움직임도 거세졌죠.

그렇다면 국내 신용평가사가 바라보는 생명보험사의 미래는 어떨까요. 한국신용평가사가 최근 내놓은 생명보험업계 분석 전망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국내 생명보험 시장은 24개 생명보험사가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적인 경쟁 구도는 거의 없습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사로 분류할 수 있는 3개사가 전체 수입 보험료의 46.6%(지난해 기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1개 중소형사가 53.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요.

일단 생명보험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일단은 저수익성 심화입니다. 저금리가 기조가 계속되면서 운용자산이익률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실손 위주 손해율 상승으로 수익성은 더욱 악화하고 있습니다.

생명보험사들은 보장성 보험 확대를 통해 장기적으로 보험영업이익의 이익기여도를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 산업 구조 특성상 보험 구조 개선 효과가 단기간 내 재무성과로 이어지긴 어렵습니다. 생명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보장성 상품의 위험률차이익은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에 지표로 의미가 있을 전망이거든요. 오히려 단기적으로 보면 보장성 상품 영업 경쟁 심화로 인해 사업비 부담만 늘고 있는 실정이랍니다.



그래서 한국신용평가는 생명보험사들의 투자 운용 포트폴리오 변화가 장기적으로 실적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을 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생명보험사들은 해외 장기 채권을 편입하고 국내외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은 운용자산이익율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실적의 변동성이 증가해 실적에 부담 요인이 될 수도 있답니다.

다음은 규제 환경 변화입니다. 생명보험사들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금리로 인한 재무부담이 이차손실로 나타난다면 IFRS17로 인한 부담은 주가 부채 적립으로 나타날 예정입니다. IFRS17은 기존 회계에선 드러나지 않았던 보유 계약의 미래 수익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보험사별로 손익 구조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날 전망이랍니다. 최근 생명보험사들이 앞다퉈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이 유용한 자본비율 방어책이긴 합니다. 다만 자본 대비 과도한 자본성증권 발행은 이차손 부담을 키워 이익창출능력과 지급여력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죠.

한국신용평가는 앞으로 생명보험사 매각과 합병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포화된 보험 시장에서 매각과 주주 변경이 지속되며 현재 시장 지위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생명보험사는 주주에 따라 국내계 생명보험사 17개와 외국계 생명보험사 7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국내계 및 외국계 주주에 따라 영업 채널이나 판매 상품이 큰 차별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수년 간 국내 금융그룹의 사업 다각화 의지와 외국계 금융그룹의 국내 투자 태도 변화에 따라 일부 분류상 변동이 있었답니다. 동양생명은 2015년 중국의 안방생명보험이 인수해 외국계로 분류됐고, 푸본현대생명은 2018년 대만 푸본생명보험이 증자와 함께 대주주 지위를 확보해 외국계로 분류됐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신용평가는 생명보험사들이 전반적으로 보장성 보험 위주의 영업 전략을 계속 가져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영업 채널에서는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고요. GA는 높은 수수료율을 바탕으로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유통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어 보험 판매 채널이 장기적으로는 GA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종합해보면 생명보험사들의 성장성은 지속적으로 둔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신계약 유치와 기존 계약으로부터 계속 보험료를 바탕으로 성장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저축성 보험은 계속 축소될 전망이거든요. 생명보험사별 영업력과 수익성 차별화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수한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영업 조직을 갖고 있는 일부 대형사가 상대적인 우위를 이어나 갈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저성장, 저금리, 규제 강화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전 대응력이 중요하다"며 "부정적인 업황 속에서 장기적인 수익 구조 변화가 향후 생명보험사 신용도의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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