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는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2016년 국내 첫 스니커즈 콘셉트 매장인 ‘나이키 스니커즈 홍대’ 매장을 열고 스니커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스니커즈’(SNKRS)라는 사이트도 따로 운영하면서 출시 예정인 제품들을 미리 공개하고 있다.
특정인에게만 판매하지 않고 회원들의 응모를 받아 무작위로 추첨하는 ‘래플’ 방식을 가장 먼저 도입한 것도 나이키였다. 대형 핵심 매장에서만 한정판 신발을 판매하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며칠 전부터 텐트를 치면서 줄을 서는 등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 계기가 됐다. 현재 주요 핵심 매장 몇 곳과 온라인 래플을 통해 한정판 신발을 판매하고 있다.
물론 정해진 수량만큼만 추첨을 통해 팔기 때문에 당첨 확률은 매우 낮다. 이 때문에 래플에 당첨된 사람들은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자랑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곤 한다. 적어도 10배에서 비싸게는 100배까지 값을 매겨 되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나이키는 올해 2분기 영국 글로벌 패션검색 플랫폼 ‘리스트’가 뽑은 ‘가장 핫한 패션 브랜드’ 순위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2017년부터 리스트가 분기마다 발표하는 이 순위에는 그동안 ‘오프화이트’와 ‘구찌’가 1위를 놓고 다퉈왔다. 명품이 아닌 스포츠 브랜드가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MZ세대들의 소비가 스니커즈에 집중됐고, 나이키의 래플 등 디지털 마케팅 전략이 통했다는 얘기다.
나이키 다음으로는 오프화이트, 구찌, 발렌시아가, 프라다, 생로랑, 베르사체, 버버리, 펜디, 보테가베네타 등 유명 명품 브랜드들이 2~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리스트는 “나이키 에어조던과 디올 협업 스니커즈가 대성공을 거둔 점,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캠페인, 라운지웨어의 판매 증가 등이 효과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나이키 에어조던X디올 협업 신발은 최근 ‘래플 열풍’을 주도한 대표 제품 중 하나였다. 세계에서 총 1만3000켤레만 판매했는데 이를 사기 위해 래플에 참가한 응모자 수는 500만명에 달했다. 당첨될 확률이 0.16%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신발의 정가는 디자인에 따라 270만~300만원이었는데 리셀가는 1500만~2000만원대. 이 마저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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