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코스피지수는 1.48%(34.71포인트) 오른 2386.38로 마감했다. 14포인트(0.6%)만 더 오르면 2400선을 넘는다. 2018년 6월 15일(2404.04) 이후 약 2년 만이다.
증시를 밀어 올린 건 업종 대표주였다. 현대차는 이날 15.7% 올랐다. 종가 17만원으로 약 3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보험 대표주인 삼성생명이 12.3%, 가전 대표주인 LG전자는 11.0% 올랐다. 유통과 증권, 통신, 화학 등에서 1, 2위를 다투는 이마트(5.7%), 미래에셋대우(7.7%), 한국금융지주(10.8%), SK텔레콤(3.9%), LG유플러스(5.2%), 롯데케미칼(8.3%) 등도 급등했다.
미국 수소트럭업체 니콜라가 현대차와 협업하고 싶다고 밝히고,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등 외부 요인도 있었지만 이들 업종 대표주가 급등한 가장 큰 원인은 실적 개선 기대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 발표를 거치면서 자동차와 화학, 증권 등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대폭 올랐다”며 “단순히 유동성이나 비이성적인 행태 때문이 아니라 실적 개선 속도가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에 590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시장 추정치(3192억원)를 84.9% 웃돌았다. LG전자는 추정치를 22.1%, 미래에셋대우는 37.1% 웃도는 등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하면서 국내 대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 업종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한 달 새 7.6% 증가했다. 이어 자동차가 포함된 운수장비(7.2%), 은행(3.1%), 통신(2.3%), 의약품(1.2%), 화학(0.7%) 순이었다. 안정환 BNK자산운용 운용총괄 부사장은 “하반기로 갈수록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점점 더 많이 반영된다”며 “내년 실적이 좋을 종목으로 투자자들의 관심도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덜 오른 업종 대표주들의 상승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본다.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둔화되고 있고,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가 부양책을 둘러싸고 미국 의회에서 갈등이 있지만, 결국 통과될 것이란 전망도 업종 대표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키 맞추기’가 끝나면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등 기존 성장주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고 4차 산업혁명으로의 변화가 멈추는 건 아니다”며 “기존 주도주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