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선거 개입' 검찰 수사 7개월째 제자리

입력 2020-08-10 17:11   수정 2020-08-11 01:06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과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 수사팀은 각각 7개월과 3개월째 주요 피의자 소환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1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단’으로 불리는 검사들이 검찰 주요 지휘라인에 부임한다. 수사 실무를 이끌 차장·부장검사들도 이달 내 대거 교체가 예상된다. 권력수사 동력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 지휘 검사장 좌천·소환 불응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지난 1월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기소하면서 추가 수사 방침을 밝혔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의 공모 여부를 추가 조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송 시장 등의 공소장엔 임 전 실장 이름이 세 차례 등장했다.

하지만 지난 1월 검찰이 임 전 실장과 이 비서관을 처음 소환한 이후 추가 소환은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그동안 이번 수사를 지휘하던 박찬호 검사장이 제주지검장으로 좌천되고 여당이 4월 총선에서 압승하는 등 수사 환경이 바뀐 영향이 크다. 김태은 부장검사는 지난달 “주요 피의자와 참고인 다수가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도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입시 비리 혐의로 기소할 때 공범으로 적시한 조 전 장관의 딸에 대한 기소 여부를 지금까지도 결론 내지 않고 있다. 서부지검이 맡고 있는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 수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고발장이 접수된 지 3개월이 흘렀지만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범죄 혐의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만큼 검찰이 수사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건에 여권 관계자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법조계에선 정권 관계자들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법조계에선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수사는 결국 충실한 추가 조사가 진행되지 못한 채 이달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달 檢 중간간부 인사 예정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조직이 인사권 앞에서 나약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추 장관이 정권을 겨냥해 수사한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키며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 ‘먹혀들었다’는 얘기다. 반면 윤 의원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부지검의 장영수 지검장과 고경순 차장은 지난 7일 각각 고검장과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11일부터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공공수사부장, 형사부장 등 주요 수사 지휘라인에 친여권 성향으로 평가받는 검사들이 부임하면서 추 장관 등 여권의 검찰 장악력은 더욱 세질 전망이다. 이르면 다음주 검찰 중간간부 인사도 예정돼 있어 주요 수사 실무진에도 큰 변화가 따를 예정이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과거에는 수사의 연속성을 위해 수사팀을 유임시키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주요 수사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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