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초생활보장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의결했다. 생계·주거·의료·교육 등 기초생활보장의 각 분야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나온 2017년 1차 종합계획 이후 3년 만에 발표됐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된 지 20년 만에 부양의무자 기준이 사실상 폐지된다는 점이다. 노인 및 한 부모 가구에 대해서는 내년에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고, 2022년에는 나머지 모든 가구로 확대된다.
지금은 자녀 및 배우자 등 부양의무자의 경제적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본인이 빈곤층에 해당하더라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해왔다. 자녀 등의 수입이 적더라도 그 일부를 지원받는 것으로 가정해 생계급여 지원을 깎는 부양비 기준을 적용해왔다.
이는 도움이 절실한 노인 빈곤층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가로막는 제도로 지적돼 왔다. 자녀가 부모에게 생활비 지급을 거부하거나 가족 간 연락이 완전히 끊기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부양의무자제도 폐지로 2022년까지 26만 명이 생계급여 지원 대상에 추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양비 기준이 폐지되면 기존 수급자 6만7000명에게 주는 월 지원 금액도 평균 13만2000원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교육급여는 2015년, 주거급여는 2018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 하지만 각종 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에 대해선 부양의무자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의료급여 지원과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상당 부분 중복돼 예산 누수를 부를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해서는 기초연금 수급액을 의료급여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재산 인정 기준도 낮춰 11만 명을 의료급여 지급 대상으로 추가하기로 했다.
임대료의 90%를 지원하던 주거급여도 100%까지 상향한다. 주거급여 수급 대상 확대 역시 계속 검토하기로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2014년 133만 명이었다. 2022년 250만 명이 되면 8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다. 복지부는 앞으로 3년간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6000억원, 중위소득 기준 인상으로 7000억원의 추가 예산 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양의무자 폐지로 생계급여 부정 수급 가능성은 커졌다. 본인의 재산을 친인척 명의로 옮기고 생계급여를 부정 수급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자녀 소득이 한 해 1억원을 초과하거나 9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생계급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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