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영화관 사업자들이 올 하반기에도 암울한 시기를 보낼 듯 합니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이죠. 영업실적과 재무안정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 국내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의 적정성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영화관 사업자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압력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단 올 2분기 실적을 보겠습니다. CJ CGV는 올 2분기 416억원의 매출을 거뒀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91.4% 급감했습니다. 영업손실은 -1305억원으로 올 1분기(-716억원)에 비해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습니다. 여기에 금융비용 부담까지 더해져 올 2분기 순손실 규모는 -1749억원에 이릅니다. 올 상반기 누적으로 순손실 규모는 -2935억원에 달합니다. 지난 7월 2209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뛰어넘는 수준이죠. 자본확충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재무안정성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겁니다.
CJ CGV의 올 2분기 실적 저하 폭은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나이스신용평가의 추정을 웃돈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 나이스신용평가는 "올 2분기 국내 박스오피스 관객 수요가 올 1분기 대비 급격하게 저하됐고 각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해외 국가 상영관들의 잠정적인 영업 중단이 기존 예상에 비해 장기화된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국내 박스오피스 관객 수요를 보면 올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52.7% 감소했습니다. 올 2분기에는 -88.3% 줄었고요. 그나마 긍정적인 요인은 올 1분기 1377억원을 기록했던 판매관리비가 올 2분기 801억원으로 감소하는 등 임차료 감면을 포함한 비용 절감 노력으로 고정비 부담이 완화한 겁니다.
롯데컬처웍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올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82.2% 감소한 317억원의 매출을 거뒀습니다. 영업손실은 -506억원으로 올 1분기(-344억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했습니다. 다만 영업 외 금융부채 평가이익 발생으로 순손실 규모는 다소 축소된 -241억원을 나타냈습니다.
롯데컬처웍스의 올 2분기 실적은 나이스신용평가의 추정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해외사업 확장에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해왔던 만큼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의 정도가 작았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다만 실적 부진에 따라 절대적인 재무지표가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어 신용도에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롯데컬처웍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95.6%에서 올 6월 말 355.1%까지 뛰었습니다. 순차입금 의존도도 같은 기간 49.8%에서 61.4%까지 높아졌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 하반기에도 급격한 매출 반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최근 국내 박스오피스의 완만한 관객 수요 회복세와 해외 상영관 영업 재개 추이를 볼 때 분기별 매출은 개선되겠지만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절대적인 영업손실 규모와 금융비용까지 계산하면 대규모 순손실 발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죠.
올 하반기 영화관 사업자들의 신용도에는 글로벌 코로나19 추가 확산 가능성과 주요 배급사들의 배급 일정 연기가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입니다. 지난해 기준 CJ CGV와 롯데컬처웍스의 해외 매출 비중은 각각 50%, 10% 수준입니다. 코로나19가 해외 지역에서 재차 확산하면 영화관 사업자들의 올 하반기 실적 개선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주요 대작들의 개봉 일정이 연기되면 관객 수요 회복을 저해하게 되죠. 현재 CJ CGV와 롯데컬처웍스의 장기 신용등급은 각각 A와 A+(나이스신용평가 기준)입니다. 등급전망도 모두 부정적이고요.
최경희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올 상반기 기준 CJ CGV와 롯데컬처웍스 모두 지표들이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요인을 충족했다"며 "실적 부진으로 인한 순손실 누적과 외부 차입 증가로 올 하반기에도 영화관 사업자들의 신용도 하방 압력이 점증할 전망이라 올 하반기 중 신용도 적정성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답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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