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서 한국 부동산 정책을 베네수엘라의 2000년대 중반 이후 정책과 연결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 최근 강화되고 있는 부동산 규제 대부분이 10여년 전 베네수엘라에서 잇따라 도입해 실패한 것과 닮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부동산 감독 기구 신설을 시사하면서 자조는 현실화에 대한 우려로 바뀌는 모습이다. 부동산 감독 기구가 2011년 베네수엘라에 설립된 공정가격감독원(SUNDDE)과 성격이 유사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의 공정가격감독원은 현재 주로 생필품 등 유통되는 공산품의 가격을 제한하는 형태로 운영되지만 필요에 따라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다섯 채의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이 처분을 거부할 경우 정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를 수용하고 소유주에게는 공정가격으로 보상해 줄 수 있다"고 발언하는 등 부동산 가격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도입을 시사한 부동산 감독 기구도 이같은 가격 규제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구의 실체에 대해선 지켜봐야겠지만 시장 가격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부동산 시장을 더 위축시키고, 양질의 부동산 공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의 경제 상황이 베네수엘라와는 다르다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베네수엘라는 원유를 기반으로한 자원 경제의 성격이 강한 반면 한국은 자원이 없고 제조업과 수출 중심 경제다. 우리가 주택 소유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과 달리 베네수엘라는 국토가 넓고 인구가 적어 주택을 소유하려는 사람이 적다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규제의 방향이 유사한만큼 그 결과는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시장적 규제의 결과로 베네수엘라의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보고서는 2013년을 기준으로 "매달 부동산 가격이 16%씩 오르고 있다"며 "극빈층을 돕고자 정책을 실현했지만 주택을 매입할 여건이 되지 않는 빈곤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임대료를 강제로 정한 조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2배 이상 웃돈이 붙는 '임대료 암시장'이 형성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정부의 개입이 많아지면 결국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에서는 주택과 관련된 전 과정을 주택개발청이 직접 관여한다. 싱가포르 주택의 80% 이상을 국유화해 환매조건부 분양제도에 따라 분양한다. 주택을 분양가에 매입할 수 있지만 이사를 갈 경우엔 매입가격에 되팔아야한다. 하지만 싱가포르식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기존 주택의 국유화 과정이 필요하다. 싱가포르는 개인 소유 주택을 강제 수용하는 형태로 이같은 제도를 구축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개입으로 사유재산권이 침해되고 부동산 가격은 더 뛰는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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