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4일 주요 은행의 점포 관리업무 담당자들을 불러모았다. 은행연합회가 자율규제 성격으로 제정한 ‘은행권 점포 폐쇄 공동절차’를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은행권의 ‘점포 문제’를 갑자기 금감원이 챙기게 된 것은 사흘 전 윤석헌 금감원장의 간부회의 지시가 발단이 됐다. 윤 원장은 “은행들이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감독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했다.
디지털화 흐름에 맞춰 은행들이 점포를 줄여온 것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2012년 7681개이던 은행 점포는 지난해 6710개로 감소했다. 금융당국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속도가 너무 가팔라졌다”는 판단에서다. 올 상반기 4대 은행(신한 국민 하나 우리)이 폐쇄한 점포는 126개로, 지난해 전체 수치(88개)를 이미 넘어섰다. 윤 원장은 “은행의 점포망 축소는 비대면 거래 확산 추세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초래해선 안 된다”고 했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은행을 운영하는 데 드는 고정비용에서도 인건비와 점포 운영비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는 명예퇴직 등을 통해 꾸준히 줄여왔지만 점포는 3~4년 전에서야 축소 움직임이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B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의 수익성에 가장 중요한 것이 예대마진율인데, 저금리 기조에 따라 계속 낮아지는 추세”라며 “BEP를 맞추는 데 필요한 여·수신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국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올 1분기 1.4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대출’의 부실이 드러나는 내년에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다. B은행은 “지방 소도시 영업점과 출장소의 수익성 하락이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은행들은 “점포 수 자체가 부족한 상태는 아니다”고 주장한다. 지점 방문자는 매년 약 10% 감소해 왔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20% 이상 더 줄었다는 것이다. C은행 관계자는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과 점심시간 같은 특정 시간대에 대기시간이 길 뿐”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입출금 거래에서 창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을 기점으로 10%를 밑돌고 있다.
과거 ‘메가뱅크’ 기조에 맞춰 인수합병(M&A)을 활발히 했던 은행들은 중복 점포를 완전히 정리하지도 못한 상태다. D은행 관계자는 “서울에는 중복 지점이 워낙 많고, 지방에도 상권 변화에 따라 정리가 필요한 곳이 많다”고 했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점포 축소에 당국이 직접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며 “고령친화태스크포스에서 은행연합회와 협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준수 금감원 은행감독국장도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점포 폐쇄 절차를 갖추는 것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임현우/정소람/김대훈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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