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8차사건 형사, 31년 만에 사과 "당시엔 100% 확신"

입력 2020-08-11 19:20   수정 2020-08-11 19:22


'진범 논란'으로 재심이 진행 중인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담당 형사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윤모 씨에게 사과했다.

11일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재심 4차 공판에서 이춘재 8차 사건 담당 형사였던 심모 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싶다"면서 증인신문 도중 윤씨에게 사과했다.

이번 사과는 해당 사건 발생 이듬해인 1989년 7월 심씨가 용의 선상에 오른 윤씨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서로 데려와 사흘 동안 잠을 재우지 않고 조사한 끝에 자백을 받아 구속시킨 지 31년 만이다.

윤씨의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윤씨는 소아마비 장애로 인해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면서 "현장검증 당시 담을 넘어 피해자의 집으로 침입하는 등의 중요 행위를 재연하지 못했는데 수사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심씨는 "당시 과학적 증거가 있어서 윤씨를 범인이라고 100% 확신했다"면서 "자백을 받기 위해 잠을 재우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같은 조였던 최모 형사(사망)가 사건 송치 뒤 윤씨를 때렸다고 말했다"면서 "큰 사건을 해결했다는 공명심을 바라고 그랬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책임을 최씨에게 돌리는 듯한 증언이다.

이 사건의 '진범 논란'을 가리게 될 현장 체모 2점에 대한 감정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검찰은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통보받은 감정 결과를 이날 재판부에 증거로 신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아직 법원에 공식적으로 감정 결과가 도달하지 않았다"면서 다음 기일에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24일 열린다. 이 공판에선 당시 형사계장 등 경찰 2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한 뒤 살해당한 사건을 말한다. 이듬해 7월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8차 사건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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