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시장협회(LDMA)에 따르면 이날 금 현물 가격은 온스(트로이온스·31.1g)당 1911.8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일 대비 가격이 5.7% 떨어졌다. 2013년 4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같은 날 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12월 인도분은 온스당 1946.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4.6% 내려 지난 3월 중순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금 선물 12월물은 지난 4일 사상 최초로 온스당 2000달러 선을 돌파한 지 5거래일 만에 다시 1900달러대로 내렸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 기대에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줄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미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 등에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줄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8일 급여세 유예 조치를 발표하는 등 경기부양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며 “여기에다 중국 경제지표가 강세를 보이면서 안전자산 인기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금과 달리 연성 원자재 가격은 최근 크게 올랐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코코아 원두 선물 근월물은 t당 2448달러에 거래됐다. 코코아 원두 근월물은 지난 한 달간 가격이 약 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커피 원두 선물 가격은 14% 올랐다. 면화·설탕 선물도 지난달 말 이후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들 원자재 선물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가격이 급락했다. 각국의 ‘경제 봉쇄’ 조치로 카페와 음식점, 의류 공장 등이 문을 닫아서다. 반면 최근 경기 회복 기대가 확산돼 소비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헤지펀드 등의 연성 원자재 쇼트(매도) 포지션도 크게 줄었다.
일각에선 연성 원자재 가격 상승을 본격적인 경기 회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차질 영향도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커피·설탕 생산국인 브라질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원자재 생산과 운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면화·설탕 주요 생산국인 인도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19로 주요 생산국의 원자재 생산과 유통 등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며 “이 때문에 투자자들도 당분간 연성 원자재 가격이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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