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과 일곱 살 두 딸을 둔 A씨(41)는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를 구입하려다 포기했다. 당초 일정 금액의 전세를 끼고 사둔 뒤 추가 자금을 모아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할 때쯤 입주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부터 대치동 전체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계획을 바꿨다. A씨는 “대치동 옆 동네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결심했다”며 “거리상 학원가도 멀지 않고 명문여중 배정이 가능해 더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6·17 부동산 대책’에 따라 대치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한 달여간 인근 지역으로 학군지(학군이 좋은 지역) 수요가 몰리며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대치동과 학군 및 학원가를 공유하는 도곡동, 개포동, 역삼동의 아파트 거래가 늘고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인근의 도곡동과 역삼동, 개포동 아파트 거래량이 대치동을 앞질렀다. 대치동과 선릉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도곡동에서 지난달 거래 신고를 마친 아파트는 총 48건으로 대치동보다 네 배 이상 많았다. 도곡동 B공인 관계자는 “대치동이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이자 수요자들이 넘어오면서 전세를 끼고 살 수 있는 매물을 찾아달라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선릉로로 이어진 역삼동도 지난달 43건이 거래됐다. 양재천 건너 개포동은 31건이 손바뀜했다.
개포동과 역삼동에서도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전용 84㎡는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기점을 기준으로 22억7000만원(6월 10일)에서 28억3000만원(6월 30일)으로 20일 만에 5억6000만원 올랐다. 이곳에서 대치동 학원가까지 버스 3~4정류장 거리다.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84㎡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1주일 만인 6월 27일 27억원에 거래됐다. 종전 신고가인 26억원을 보름 만에 뛰어넘었다. 역삼동 ‘역삼 래미안’ 전용 80㎡도 지난 9일 22억1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6월 초(19억6500만원)에 비해 2억원 넘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대치동의 토지거래허가제 지정과 학군 수요로 당분간 대치동 인근 지역 강세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시장에 유동성은 넘쳐나는 데다 학군이라는 수요가 겹쳐 대치동 인접 지역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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