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어느 날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씨는 갖가지 장치를 설치해 긴 천이 춤을 추는 모양을 만들어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천의 형태와 촬영 장소도 다양하게 바꿔나갔다. 숲속에서 우아한 발레 공연을 펼쳤고 벌판에선 강렬한 라틴춤의 향연을 벌이기도 했다. 세상을 춤의 무대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런 작품은 사진으로 표현됐지만 여러 장르가 합쳐진 종합예술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한순간을 2차원 공간에 영원히 멈추게 하는 사진, 시간의 흐름을 타고 흐르는 행위예술, 3차원 공간을 이용한 설치미술 등이 합쳐져 새로운 세계가 탄생했다. (8월 18~30일 갤러리 강호)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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