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SNS 등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사진과 영상을 흔히 ‘밈’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온라인 시대의 신조어는 아니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모방’을 뜻하는 그리스어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를 뜻하는 의미의 진(gene)을 합쳐 이 단어를 만든 것은 1979년이다. 도킨스는 그의 저작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형질이 유전자를 매개로 생물에서 생물로 전파되고 진화하듯이 정신적 활동의 결과물도 말과 글 등의 밈(Meme)을 매개로 복제되고 진화한다고 주장했다.
밈의 개념을 특허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누군가의 발명은 그 기술 내용이 자세히 적힌 특허출원서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진다. 사람들은 그 발명을 창조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태 또 다른 발명을 해낸다. 관짝 밈이 수많은 사람에 의해 변주되면서 새로운 콘텐츠로 진화했듯이 하나의 발명이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불러오고 융합시키면서 또 다른 발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허제도는 기술의 진화를 매개하는 밈이 되는 셈이다.
이런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는 흔히 접할 수 있다. LG전자의 ‘스타일러’도 그중 하나다. 스타일러는 약 220개의 특허기술로 구성돼 있지만 이들 기술이 처음부터 스타일러만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것은 아니었다. 세탁기의 스팀, 냉장고의 온도 관리, 에어컨의 기류 제어 기술 등 다양한 특허기술이 변주되면서 진화했고, 그 결과 새로운 생활가전이 만들어졌다.
다행히도 우리 사회의 ‘특허 밈’은 튼튼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최근 10여 년간 인구 대비 특허 출원 건수, 국내총생산(GDP) 대비 특허 출원 건수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특허 밈의 우수한 형질을 짐작하게 한다.
우리의 과제는 이런 특허 밈이 한껏 발현될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일 것이다. 지난 2년여간 이런 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게 형성하는 데 많은 진전이 있었다. 모바일 출원 서비스 제공, 임시 명세서 제도, 고의적 특허 침해에 대한 세 배 배상 등은 더 손쉽게 지식재산권을 출원하고, 등록된 권리는 더 정당하게 보호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지식재산 자체를 생산적 투자 대상으로 삼아 시중의 유동자금이 혁신 벤처기업에 흘러가도록 함으로써 하나의 지식재산이 새로운 지식재산을 창출해내는 선순환 체계를 불러올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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